창녕 아동학대 가정…올 초 '행복e음' 위기 가구로 등록
코로나19 사태로 현장 조사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현행법상 양육권·친권 가진 부모 거절 시 아동학대 재발 여부 알기 어려워
최근 계부와 친모에게 학대당한 것으로 알려진 경남 창녕의 한 초등학생 A(9)양이 지난달 29일 창녕 한 편의점에서 최초 신고자(왼쪽)와 대화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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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연주 인턴기자] 최근 충남 천안과 경남 창녕에서 잔혹한 아동학대 사건이 잇달아 발생해 사회적 공분이 일고 있는 가운데 당국의 관리에도 아동학대를 막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파문이 커지자 정부는 학대를 막을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는 아동 안전을 관리하는 전문 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8년부터 프라이팬에 손을 지져 화상을 입는 등 온갖 학대를 당한 창녕 아동학대 피해자 A(9)양은 3세 때부터 계부와 친모에게 학대를 당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A양에 대해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창녕군 등에 따르면 이 가정은 올해 초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행복e음' 시스템에 위기 가구로 등록됐다.
해당 시스템은 학교 출·결석 등 40여개 정보를 분석해 학대 의심 가정을 사전에 구분해 지자체에 알려준다. 위기 가구로 지정되면 관할 지자체 아동·복지 담당 공무원이 학대 의심 가정을 방문해 학대 여부를 조사하게 돼 있다.
그러나 창녕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보건복지부로부터 방문 자제 요청을 받아 현장 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의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대책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40대 의붓어머니에 의해 여행가방에 갇힌 B(9)군이 지난 1일 인근 병원에 이송되는 장면.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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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살 여아를 상대로한 잔혹한 학대 사건이 밝혀진 데 이어 충남 천안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도 관련 시설의 미흡한 대응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피해자 B(9)군은 의붓어머니에 의해 여행용 가방에 갇혀 지내다가 지난 1일 병원으로 이송돼 사망하기 한 달 전, 머리를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의료진은 B군의 몸에 난 상처 등을 보고 아동학대를 의심해 경찰에 신고를 했다. 이후 경찰이 부모를 조사하고 아동보호전문기관이 피해 아동과 상담을 진행해 부모가 일부 체벌 사실을 인정했지만 B군이 아빠와 떨어지기를 원치 않아 결과적으로 아이를 학대 가정으로 돌려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같이 아동학대 사건이 초기에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가해자일 수 있는 부모가 가정방문이나 상담 전화 등을 거부할 경우 피해 아동의 안위를 확인할 방법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당국의 관리에도 아동학대 사건은 지속해서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2018 전국 아동학대 현황'에 따르면 2018년 전체 아동학대 발생 건수는 전년 대비 2237건(10%) 늘어난 2만4604건이었다. 2015년 1만1715건, 2016년 1만8700명, 2017년 2만2367명 등 매년 증가했다.
과거 학대 피해를 겪은 후 재학대를 당한 아동은 지난 2016년 1591건에서 2017년 2160건, 2018년에는 2543건으로 집계됐다.
창녕 아동학대 계부가 지난 13일 오전 경남 창녕경찰서 별관 조사실로 이동하는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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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자 정부는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 보다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2일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아동학대 방지대책'을 논의한 결과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보내지 않고 가정에서 양육 중인 만 3세 아동의 소재와 안전을 전수 조사하기로 했다.
또 최근 2~5월 신고된 아동학대 사건을 다시 점검해 재학대 사례가 발견되면 엄중히 대처할 계획을 밝혔다. 유 부총리는 "정부는 천안과 창녕에서와 같은 충격적인 아동학대 사건이 우리 사회에서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은 즉각적으로 시행하고, 보다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개선 대책은 8월 말까지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는 학대 아동 보호 일선에 있는 기관에서 전문성과 아동학대에 대한 민감성이 갖춘 인력이 포진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천안 아동학대 사건을 보면, 학대 피해 아동이 집에 돌아가겠다는 의견을 우선시 해 학대 가정으로 돌려보냈다"며 "아동의 의견이 아닌 아동의 안전을 우선시 하는 업무지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동학대 사건과 관련한 법과 제도를 보완하는 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때문에 일선에서 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인력들이 바뀌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며 "아동 학대 사건을 대하는 민감성과 전문성, 책무성을 가진 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연주 인턴기자 yeonju185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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