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씨 500도 견디는 ‘황금실’
5G 광섬유 중심에 배치
방탄조끼·소방복은 물론
전기차 경량화 핵심소재
코오롱·효성 대규모 투자로
점유율 높이며 주가도 급등
그래픽_김정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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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번 구부러져도 단선되지 않는 케이블, 무게가 1.5㎏밖에 나가지 않는 방탄조끼, 섭씨 500도에도 타지 않는 소방복….
언뜻 불가능해 보이는 이런 제품이 탄생하도록 만들어준 소재가 있다. 바로 아라미드다. 강철보다 5배 단단해 ‘총알도 막는 섬유’라고도 불리는 슈퍼 섬유 아라미드는 최근 주식 시장에서도 눈길을 끌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국내 업계가 대규모 투자에 나서면서 관련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아라미드는 아로마틱 폴리아미드(Aromatic polyamide)의 줄임말이다. 아미드기(CONH)라는 고분자를 나란히 배열해 강도를 높였다. 노란 색깔 때문에 ‘황금 실’이라고도 불린다. 아라미드는 섭씨 400∼500도의 고온에서도 타거나 녹지 않으며, 5㎜ 정도 굵기의 가는 실로 2톤의 무게를 들어 올릴 정도로 강하다. 1973년 미국 듀폰이 처음 상용화에 성공했다. 국내에서는 코오롱인더스트리와 효성첨단소재, 휴비스에서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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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국면에서 아라미드 산업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주인공은 단연 5세대(5G) 통신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트래픽이 급증하면서 5G 설비 수요도 증가했다. 5G의 필수 설비인 광 섬유는 기존의 구리선보다 전송 속도가 월등히 높지만, 쉽게 늘어나는 특성이 있어 외부 충격에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안정적으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도록 광 섬유의 중심과 외부에 아라미드 섬유를 배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5G 통신 수요가 많을수록 아라미드 시장도 함께 커지는 구조다. 2018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의 평균 광 케이블 도입률이 26.0%에 불과한 만큼 아라미드는 미래 수출 동력으로도 꼽힌다.
방탄복과 소방복 등 각종 보호장비로도 아라미드가 쓰인다. 섬유를 여러 장 겹쳐 만든 과거의 방탄조끼는 무게가 10㎏이 넘었지만 아라미드를 활용하면 무게가 확 준다. 같은 이유로 군용 차량과 현금 수송 차량 등에도 널리 쓰인다. 또 고온에 강한 특성 때문에 소방관들의 내열복이나 용접시 착용하는 방염작업복 등에도 사용된다.
올해 들어 자동차 업계에서도 아라미드에 부쩍 관심을 쏟는다. 기존에도 자동차 타이어, 벨트, 호스, 브레이크 패드 등 다양하게 사용돼 왔지만 앞으로는 그 중요성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주행거리 경쟁이 치열한 전기자동차 시장에서 부품 경량화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라미드처럼 단단하면서도 가벼운 소재를 차 부품에 쓰면, 배터리 용량은 그대로인데 주행거리는 늘어날 수 있다. 석유화학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전기차 업체 쪽에서 공동연구개발 제안을 하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국내 업계도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연간 7만톤 규모인 전 세계 아라미드 시장은 아직까지 미국 듀폰과 일본 테이진이 점유율 80% 안팎을 차지하는 양강 체제다. 후발주자인 한국 업체 점유율은 지난해부터 높아지고 있다. 코오롱은 지난해 말 연간 생산량을 1500톤 늘려 현재 7500톤을 생산하고 있다. 효성첨단소재는 현재 1200톤인 연간 생산량을 내년 5월까지 3700톤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지난달 발표했다. 발표 당시 8만원대이던 효성첨단소재의 주가는 한 달 만에 10만원대까지 올랐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5G 수요 등이 받쳐주고 있어서 한동안은 아라미드 산업이 성장세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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