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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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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중증 질환 치료 전문성 강화 위해 병원 공간·조직·시스템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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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승규 고대구로병원장

중앙일보

한승규 병원장이 고대구로병원의 3단계 마스터플랜을 세우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김동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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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병원계에는 시대를 대표하는 흐름이 있었다. 1990년대에는 대형병원의 등장과 함께 병상 수를 늘리는 게 관건이었다. 병상 수는 병원의 수준, 실력으로 통했다. 이른바 ‘빅5’의 기준이기도 했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병원들은 저마다 전문센터를 도입했고, 2010년대엔 암병원을 세웠다. 모두 시대적 요구이긴 했지만 단순히 ‘규모 키우기’에 그치는 경우도 많았다. 이제 환자 개인의 유전체 정보, 생활습관, 병력 등을 반영해 예방·치료법을 달리하는 ‘정밀 의학’을 바라보는 현시점에서 병원은 미래 의학을 담을 그릇의 역할을 요구받는다. 하지만 병원들은 아직 다음 스텝을 찾지 못했다. 이런 배경에서 고대구로병원의 움직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달 고대구로병원은 마스터플랜 3단계를 발표했다. 그리고 최근 마스터플랜의 본격적인 실행을 의미하는 외래관 기공식을 했다. 한승규 고대구로병원장은 “중증 질환 치료와 미래 의학을 선도하는 병원을 위한 발판”이라고 마스터플랜의 취지를 설명했다.



-3단계 마스터플랜의 지향점은.



“중증 질환 치료를 위한 핵심 의료시스템을 고도화하는 것이 목표다. 중증 질환 치료의 전문성과 이를 위한 연구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미래 의학을 선도하는 병원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중증 질환 치료 전문화를 내건 이유는.



“우리나라 의료체계상 중증 질환 치료에 집중하라고 만든 게 상급종합병원이다. 근데 고대구로병원은 상급종합병원 중에서도 중증 질환 비율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집계해 보니 지난해 10월

부터 지난 4월까지 입원 환자 중 57%가 중증 질환자였다. 4월 한 달 동안에는 62%에 달했다. 이 비율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상급종합병원 지정 평가 시 중증도에 따른 배점 10점(만점)을 받는 기준이 44%(중증 질환자 비율)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우리가 권역응급의료센터와 중증외상수련센터 등을 보유한 데다 이 지역에 상대적으로 큰 병원이 없는 것 등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고 본다. 2~3년 전부터는 우리만의 가치와 강점이라고 생각해 좀 더 특화할 필요가 있다는 내부 공감대가 생겼다.”



-외래관 신축이 그 시작인가.



“그렇다. 마스터플랜 1단계가 가정의학과·피부과·성형외과 등 중증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외래진료 중심으로 돌아가는 9개 진료과를 외래관으로 확장 이전하는 것이다. 그리고 2단계는 지금의 본관과 신관을 온전히 중증 질환 치료에 집중하도록 핵심 시설과 인력을 집결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 위해 현재 제1주차장(철골 주차장) 부지에 건물을 세운다. 여기에는 연구실·장례식장 등 중증 질환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설이 들어선다. 없어지는 주차장 공간은 외래관 지하로 이전한다. 그러면 뇌신경센터·암병원·응급의료센터 등 중증 질환을 위한 시설, 인력, 장비가 한곳에 모인다. 3단계는 기존 새롬교육관 증축을 통한 연구 공간 확장, 구로디지털단지 바이오 벤처기업, 대학, 정부기관과 협력한 의료 연구 사업화다.”



-그렇게 되면 본관과 신관은 공간이 여유로워질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이번 마스터플랜의 핵심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미 2단계의 리모델링이 부분적으로 시작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도 있는 만큼 감염내과를 미리 별관으로 옮기는 등 지금 할 수 있는 건 하고 있다.”



-공간 확보가 중요한 이유는.



“첨단 의학에선 공간은 핵심이자 기본이다. 일례로, 로봇 수술을 하려면 일단 수술실이 커야 한다. 장비나 인력도 마찬가지다. 우수한 의료진, 연구 인력, 첨단 치료시설, 연구 장비도 공간이 받쳐주지 못하면 능력과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다. 유리천장이 돼버린다. 새가 새장에 갇혀 있으면 높이 멀리 날 수 있겠나.”



-병상 수는 변화가 없는 것 같다.



“병상은 현 수준(1075병상)에서 늘어나지 않는다. 병원이 변화와 개혁의 방향에 하나하나 경영 논리를 대입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 수익이 병원의 최고 목적은 아니지 않나. 여태까지 그렇게 해 왔고, 그렇게 하다 보면 수익은 자연히 따라올 것이라고 본다.”



-병원이 도약하는 구심점이 될 것 같다.



“마스터플랜을 통해 다시 뛸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사실 우리 병원은 특이한 수술, 우리나라 최초의 수술을 많이 하던 병원이었다. 그렇게 묵묵히 일해왔다. 마스터플랜이 완료되는 2028년은 고대 의대 개교 100주년이 되는 해다. 그때는 중증 질환을 선도하는 병원이 돼 있을 것이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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