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51건(27.3%)"
2018년 기준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에 의한 신고 건수다. 최근 충남 천안과 경남 창녕에서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하며 우리 사회의 아동학대 경각심이 높아졌지만 현장에서는 수년째 제자리다.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는 학대 범죄 특성상 신고의무자이자 아동을 직접 돌보는 관련 업무 종사자들의 신고가 절실하지만 저조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신고시 불이익에 대한 걱정에 신고율이 낮다며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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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65.7%, 韓 27.3% …'낯선 사람' 신고율이 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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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아동학대 전체 신고접수 건수는 3만6417건이다. 이중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의 신고 수는 9151건(27.3%)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는 초·중·고교 직원, 의료인, 아동복지시설 종사자, 학원강사, 구급대원 등 25개 직군으로 다양하다. 학대 가해자의 75%가 부모라 잘 드러나지 않는 아동학대 범죄 특성상 아동을 접할 기회가 많은 이들에게 신고의무를 부여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이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데도 신고율은 낮다. 특히 미국(65.7%), 호주(73%), 일본(68%) 등 타국보다 저조하다. 이마저도 2016년(32%) 이후 매년 줄고 있다.
그 공백은 신고의무가 없는 이들이 채우고 있다. 심지어 '낯선 사람'이 아동학대 신고에 나선 건수만 443건으로 전체의 1.3%에 달한다. 이는 초·중·고교 직원(19.1%)을 제외한 나머지 24개 신고의무자 직군 각각의 신고율보다 높다.
문제는 아동을 접할 기회가 많은 신고의무자가 학대를 막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신고의무자의 신고 정확도(신고가 아동학대로 판단되는 비율)는 2015년 기준 76.1%로, 비신고의무자(68%)의 정확도를 상회했다.
전문 인력의 외면 속 아동들은 결국 스스로를 구제하는 상황이다. 2018년 학대받은 아동이 직접 신고에 나선 비율은 전체의 13.5%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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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익 두려워 신고 못 해…교육 제도 개선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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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
전문가들은 아동학대 신고의무자가 신고를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할 때가 많다고 지적한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아동학대는 (아동을 잘) 아는 사람이 아니면 외부에 밝혀질 수가 없다"면서 "누구나 신고하고 싶은 마음은 다 있겠지만 신고자를 특정하기 쉬우므로 신원이 드러날 경우 돌아올 불이익·보복 우려에 신고를 못 한다"고 밝혔다.
현행법은 신고자에 대한 익명을 보장하고 있지만 학대 범죄 특성상 효과가 없다는 설명이다. 공 대표는 이어 "특히 유치원집 교사들은 신고율이 저조한 편인데 동료 교사 신고시 내부고발이 되기 때문"이라면서 "내부고발시 블랙리스트에 오르면서 향후 취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현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허술한 교육 제도도 문제다. 현재 신고의무자들을 대상으로 한 신고 교육은 주로 온라인 영상 시청 형식이다. 교육 영상을 틀어 놓기만 하고 다른 일을 하는 등 제대로 이수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에 교육 효과가 떨어진다.
공 대표는 "아동학대 교육은 단순히 관련 지식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종사자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책임감을 심어주는 역할을 한다"면서 "집합 교육 등 대면 교육을 통해 그 효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한결 기자 ha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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