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 사건을 심리 중인 재판부가 재판 절차에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재판장 이현우) 심리로 조씨와 공범 두 명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이날 재판에서 피해자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었으나 증인이 출석하지 않아 이뤄지지 못했다.
이날 재판부는 피해자 영상에 대한 증거조사 방법을 두고 고민을 드러냈다. 피해자 측은 2차 가해를 우려해 피고인 없이 증거조사를 하게 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사이버 성폭력 대응센터’, ‘n번방에 분노한 사람들’ 등 시민사회 단체 회원들과 n번방 사건 피해자 공동변호인단이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법원 동문 앞에서 ‘우리의 연대가 너희의 공모를 이긴다-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을 열었다. 회견 직후 참석자들이 붉은 끈을 이어 함께 연대하고 있다는 의미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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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 재판장은 “증거조사 영상 시청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데 우리 방(재판부 사무실)에서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법정에서 재생해 시청하는 방법이 무난하다”면서도 “당사자들 외에 다른 분(방청객)들이 나가야 하는 것은 맞다”고 했다. 다만 “피고인들이 퇴정한 후에 해야 하는지 고민을 하는데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재판장이 고심하는 이유는 원칙적으로 피고인이 없는 상태에서는 공판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검사와 변호인 등 최소한의 인원만 법정에 둔 채 증거조사를 하는 방법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 재판장은 “최소한의 인원으로 (동영상을) 재생 시청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피해자 변호사가 원하는 수준까지는 어려울 것 같아서 고민”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증인신문 방식에 대한 고민도 드러냈다. 앞서 피해자 변호인은 피고인과 피해자를 분리해 화상증언실에서 피해자가 증인신문에 임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재판장은 “화상증언도 고민했는데 피해자들의 얼굴이 다 보여서 의미가 없다”며 “고민은 하는데 안 되는 건 양해를 해달라”고 했다. 재판부는 오는 25일 두 번째 공판에서 다른 피해자 두 명의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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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조주빈 사건의 첫 공판을 맞아 여성단체들은 제대로 된 처벌을 촉구했다.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는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을 계기로 온라인 성착취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응답은 분명히 달라져야 한다”며 “피해자는 일상을 회복하고, 가해자는 처벌을 받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피해자 공동변호인단 소속 오선희 변호사는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에 제대로 된 판결이 되지 않는다면, 피해자의 고통이 가중되고 유사한 사건이 확산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김수희 한국여성단체연합 활동가는 “성착취 피해자 보호 및 지원을 위한 체계, 새로운 양형기준과 처벌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 등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고 했다.
공대위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가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지지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사회가 요구하는 ‘피해자다움’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안경옥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공동대표는 “피해자들은 신상공개에 대한 두려움, ‘피해다자움’을 강요하는 시선 때문에 쉽게 피해를 드러내지 못했다”며 “가해자가 재판을 받는다고 끝나지 않는다. 피해를 드러내지도, 도움을 요청하지도 못하고 고통받고 있는 피해자를 치유하고, 그들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일이 남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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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설희 기자 sorry@khan.kr
김희진 기자 hjin@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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