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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반도체 더딘 회복, 저유가, 미중 갈등…한은 “올해 수출 매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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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진정돼도 해외여행 기피, 보호무역 기조 강화, 늘어난 실업 여파 등이 경기 회복을 더디게 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코로나19를 논외로 하더라도 한국 경제가 직면한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진단이다. 특히 수출은 더딘 반도체 회복세와 저유가, 미·중 갈등 등 삼중고 속에 당초 전망치에 크게 못 미칠 것이라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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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설명회. 사진 왼쪽부터 최창호 물가동향팀장, 이상형 통화정책국장, 박종석 부총재보, 장정수 정책협력팀장.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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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의결했다. 통화신용정책보고서는 통화신용정책 결정 내용과 배경, 향후 정책 방향 등을 정리해 국회에 제출(연 2회 이상)하는 보고서다. 이번 보고서엔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 영향, 미·중 무역분쟁 관련 불확실성, 국내외 금융시장 현황 및 전망 등이 담겼다.

한은은 우선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다소 둔화하면서 세계 경제가 하반기부터 개선세를 보일 것이라 전망했다. 다만 회복 속도나 반등 시기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봤다. 확실한 백신·치료제 개발 전까지는 경제 활동 재개와 위축을 반복하면서 경기 회복이 오락가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전반적인 성장 부진 전망과 낮은 물가상승 압력 등을 고려해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가겠다는 게 한은의 입장이다. 지난 5월 말 금통위에서 밝힌 입장과 동일하다. 한은은 올해 3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25%에서 0.50%까지 총 0.75% 포인트 인하했다.



백신·치료제 개발 전까지 경제활동 재개·위축 반복



최소 2022년까지 제로금리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Fed가 완화 기조를 지속하면 미국 경제 그리고 글로벌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다만 우리의 통화정책은 어디까지나 국내 경제 상황이나 금융 여건을 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고, 외국의 통화정책은 하나의 고려 요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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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에 담긴 참고자료를 통해 한은은 특히 수출 둔화 움직임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한은 관계자는 “각국의 전례 없는 봉쇄조치에 따른 글로벌 공급 차질, 구매 활동 제한 및 통관·물류 지연 등 글로벌 교역이 크게 위축된 상황이라며 “그 정도가 2008년 금융위기보다 심각한 상황인데 당시보다 교역이 확대된 중국·ASEAN5의 성장률이 큰 폭으로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은이 크게 세 가지 리스크에 주목했다. 일단 반도체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점이다. 코로나19 확산이 단기적으로는 반도체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한은 관계자는 “비대면 경제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서버 수요가 늘어나는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이동제한 조치로 반도체 수요 비중이 큰 휴대폰·가전제품 등 내구 소비재 수요가 줄어든 부담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 경기 개선 정도가 기대에 못 미치고, 반도체 수출이 늘어나는 시점도 다소 늦춰질 거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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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카운터가 한산하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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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가도 부담이다. 통상 유가 하락은 한국 같은 원유 수입국에선 실질소득 증가, 생산비용 감소 등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지금은 산유국 경기 부진, 선박·기계류·철강 등 원유 관련 업종의 업황 악화 등 수출 감소로 잃는 게 더 많은 상황이라고 봤다. 한은 관계자는 “1분기 중동 지역과 독립국가연합(CIS) 국가로의 수출이 증가했는데 국제 유가가 크게 하락한 4월 들어서는 감소로 전환됐다”며 “중남미 수출 감소 규모도 큰 폭으로 확대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안 끝났는데 다시 돌아온 미·중 갈등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중 갈등이 다시 부각하고 있다. 양국 갈등이 지난해처럼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여 글로벌 투자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주요국보다 경기 개선 속도가 양호한 중국 경제가 미·중 갈등으로 다시 타격을 받는 건 대중 수출 비중이 큰 한국 입장에서 상당히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이상형 한은 통화정책국장은 “이러한 대외 여건을 고려하면 올해 수출은 지난 2월 전망치 크게 하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코로나19 변수를 반영하지 않았던 지난 2월 올해 상품 수출(국내총생산 중 실질 재화수출)이 1.9%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주요국의 물가동향도 점검했다. 이에 따르면 대부분의 국가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빠르게 둔화했다. 이동 제한에 따른 수요 부진과 유가 하락 등이 영향을 미쳤다. 한국 역시 올해까진 물가가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게 한은의 전망이다. 한은 관계자는 “내년에는 유가 하락 영향이 사라지는 가운데 경기 개선, 복지정책 영향 축소 등으로 물가상승률이 점차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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