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12일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열린 ‘보수여 집결하라’ 집회에 참석한 극우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남부 연합기(적색), 국수주의 단체 ‘남부리그’ 깃발(백색) 등을 들고 집회를 열고 있다. 샬러츠빌=AP 연합뉴스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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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역에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확산됨에 따라 백인 우월주의와 인종차별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남부연합기’가 잇따라 미국 군 조직에서 퇴출되고 있다. 남부연합기는 남북전쟁(1861~1865년) 당시 노예제 존치를 주장했던 남부군이 사용한 깃발로, 일부 백인들에게는 남부의 역사와 전통을 담은 상징인 반면 흑인들과 민권운동가들에게는 인종차별의 상징물로 여겨지고 있다.
과거 미국에서 인종차별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시민사회를 주축으로 ‘남북연합’ 상징 퇴출 움직임이 일었으나, 이번에는 국방 당국이 적극 나서서 논의를 시작한 점이 눈에 띈다. 9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라이언 매카시 육군장관이 남부연합 장군들의 이름을 딴 미 육군 기지의 명칭 면경을 위한 논의에 열려있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에는 남부연합군에서 영웅 대우를 받은 이들의 이름을 딴 육군 기지가 10개 있다. 지난 2월만 해도 기지명 ‘변경 계획이 없다’는 게 미 국방부의 공식 입장이었지만, 최근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방침 재검토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그간 노예제 유지를 위해 싸운 이들을 기리는 게 적절하냐는 비판은 항상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날 미 해군도 성명을 내고 앞으로 모든 기지와 함정, 항공기, 잠수함 등 공공장소와 작업장에서 남부연합기 전시를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마이클 길데이 미 해군 참모총장은 “이번 조치는 부대 결속을 보장하고, 명예와 용기, 헌신이라는 해군의 핵심 가치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5일 미 해병대도 남부연합기 문양의 사용을 공식 금지했다.
8일 미국 버지니아 주도 리치먼드에 있는 남부군 사령관 로버트 리 장군의 동상 기단부에 백인 경찰의 가혹행위로 숨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얼굴이 투영돼 있다.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 발생한 이후 리 장군의 동상은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대의 공격 대상이 됐으며 최근 랠프 노섬 버지니아 주지사는 철거를 지시했다. 리치먼드=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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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뿐 아니라 미 지역사회 곳곳에서도 남부연합 군인들의 동상을 철거하고 남부연합기 문양 사용을 금지하려는 움직임이 확산 중이다. 미 언론에 따르면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 세워진 남부군 사령관 ‘로버트 리’ 장군의 기마상 동상은 이미 민주당 주지사가 철거방침을 밝힌 상태다. 리치먼드는 남부연합이 수도로 삼았던 곳으로, 리 장군은 ‘인종차별 선봉’처럼 인식돼있다.
플로리다주 잭슨빌시에서도 이날 아침 일찍부터 시 허밍공원에 있던 남부연합 군인 동상을 철거했다. 공화당 소속인 레니 커리 시장은 남부연합과 관련한 다른 기념물도 철거하겠다며 “남부 연합 기념비는 사라졌다. 우리는 여러분의 목소리를 듣는다”고 말했다. 또 미시시피주에서는 의회를 중심으로 남부연합기 문양이 포함된 주 깃발을 바꾸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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