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아시아계 차별 노골화
반성폭력 연대 ‘미투아시안스’ 등
이주단체들 연대, 캠페인 본격화
독일에 사는 아시아 여성들의 성폭력 반대 운동 단체 ‘미투아시안스’가 인종차별에 항의하며 ‘#코로나는 국적(국경)을 모른다’는 해시태그와 구호를 적은 손팻말을 들고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공유한 모습. 미투아시안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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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인들은 조용하고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수동적인 존재로 인식되어 독일 사회에서 존재감이 없어요.”(독일 코리아협의회 한정화 대표) “독일인들이 내심 아시아인을 무시하던 게 감염병을 통해 혐오로 촉발됐어요.”(독일 미투아시안스 정순영 운영진)
코로나19 감염 확산 이후 독일에서도 ‘아시아계 차별’이 노골화되고 있는 가운데, 독일에 사는 한국 여성을 주축으로 설립된 두 단체 관계자들이 6월 초 <한겨레> 인터뷰에서 언급한 ‘원인 진단’이다. 하지만 존재감 없이 무시당했던 독일의 아시아 커뮤니티에도 최근 인종차별 확산과 함께 유의미한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독일 공영방송 <체트데에프>(ZDF)는 지난달 23일 “코로나로 인해 아시아인들이 언어적 모욕을 당하거나 폭행을 겪는 사례가 늘자 많은 아시아인이 경각심을 갖기 시작했고, 아시아 이주민 단체들의 네트워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29일 독일에 사는 아시아 청년들이 누리집 ‘나는바이러스가아니다’를 열었는데, 코로나19 이후 각종 인종차별 경험담이 쏟아졌다. 홍콩계 30대 여성인 메이지는 “지난 3개월 내 삶은 거의 지옥과 같다. 집 문을 나서는 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험악하다. 내가 지나갈 때면 사람들이 ‘코로나’라고 하는 소리가 들린다”고 호소했다.
한국인도 인종혐오 대상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4월25일 밤 독일 베를린 지하철에서 한국 유학생 부부가 인종차별과 성희롱을 당하는 떠들썩한 사건이 있었다. 술에 취한 독일 남성들이 “코로나”를 외치며 부부를 모욕했고, 여성을 성희롱했다. 피해자 부부가 경찰을 불렀으나, 독일 경찰은 “누군가에게 ‘코로나’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인종차별은 아니”라며 사건 접수를 거부했다. 경찰은 한국대사관이 나선 뒤에야 이 일을 ‘사건’으로 접수했다.
한국과 독일의 영부인이 지난달 7일 전화통화에서 인종차별과 교민 안전 문제를 논의했지만, 아시아계에 대한 인종혐오 분위기는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뮌헨에서는 독일인이 이웃 중국인 여성에게 소독약을 뿌리며 위협했고, 길 가던 중국 여성이 표적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직장 내 혐오 발언, 길거리 모욕, 진료 거부 등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 5월 말까지 인종혐오상담센터에 접수된 아시안 피해 사례가 100건이 넘는다.
한국 여성이 주축이 된 아시아 여성들의 성폭력 반대 연대 단체 ‘미투아시안스’도 성폭력뿐 아니라 인종차별 역시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회원 김세희씨는 “이주민이든 여성이든 소수자들이 연대해서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며 “독일에서도 나 스스로 변화하지 않고, 참여하지 않고 연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깨달음이 있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미투아시안스는 코로나19 이후 인종차별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캠페인의 하나로 페이스북에서 ‘#코로나는 국적을 알지 못합니다.’ ‘#인종차별은 바이러스입니다.’ 같은 해시태그와 구호를 적은 손팻말을 들고 ‘셀카’를 찍어 공유하고 있다. 독일의 한인 시민단체 코리엔테이션과 코리아협의회, 네덜란드에서 활동하는 아시안보이시스그룹 등 유럽의 아시아 이주민 단체 10곳도 연대하고 있다.
미투아시안스는 2018년 ‘미투코리아너린넨’으로 활동을 시작했으나, 일본과 대만 여성 등 참여 주체가 넓어지면서 지난 2월 단체명을 바꿨다. 현재 운영진은 7~8명이고, 회원은 30여명이다. 미투코리아너린넨 창립회원이기도 한 정순영씨는 “베를린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에서 모인 힘을 기반으로 어떻게 ‘일상의 민주주의’를 이룰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함께하게 됐다”며 향후 독일 사회와 한국 커뮤니티를 바꿔나가기 위한 폭넓은 활동을 예고했다.
베를린/ 한주연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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