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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이슈 세계 속의 북한

`남한은 적`이라던 북한의 배고픔…UN "북한 전역 식량난 심각" 경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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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문재인 대통령(맨 앞 왼쪽)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맨 앞 오른쪽)이 지난 2018년 2월 청와대에서 회동하던 당시 모습. [사진 출처 = 청와대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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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산하 인권고등판무관(OHCHR)이 9일(현지시간) 북한에 대해 "나라 전역이 식량 부족과 영양 실조에 시달리고 있다"는 경고음을 냈다. 유엔 경보는 앞서 북한이 '남한은 적'이라면서 한국 청와대와의 직통 연락망까지 차단한다고 밝힌 것과 같은 날 나왔다는 점에서 한국에 대한 북한 측 태도 변화 배경을 짐작할 수 있게 해 주는 단서로 주목을 받고 있다.

OHCHR의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 여파로 북한과 중국 간 국경이 5개월여 봉쇄된 결과 3~4월 북한과 중국 간 무역이 90%급감했다"면서 "북한 전역에서 식량 부족과 이에 따른 영양실조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이날 밝혔다. 킨타나 보고관은 보고서를 통해 "꽃제비 어린이를 포함해 노숙자가 북한 대도시에서도 증가세이며 의약품 가격이 급등했고 상당수 가정이 하루에 두 끼 정도만 먹을 수 있거나 옥수수를 먹으며 연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세계보건기구(WHO)에 코로나19 관련 사례를 보고하지 않은 극소수 국가 중 하나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제정치 전문가들은 북한도 코로나19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킨타나 보고관은 "북한에 식품을 전달할 수 있도록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에 부과한 제재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보리가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 지원은 대북 제재 면제 대상으로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추가 완화조치가 필요할 만큼 북한 상황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앞서 지난 4일 유엔 중앙긴급구호기금(CERF)은 북한 주민 359만 3904명을 대상으로 한 499만 9689달러 규모 구호 기금 집행을 승인했다. 유엔 안보리는 인도적 지원에 필요한 물품 유통인 경우 대북제재위원회 심사를 거쳐 6개월 간 제재를 면제하지만 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면제 기간을 6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해 내년 6월 3일까지로 설정한 상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도 코로나19 의료용품 지원은 제재 대상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OHCHR와 별도로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의 엘리자베스 바이어스 대변인도 이날 제네바 본부 브리핑에서 "북한은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바이어스 대변인은 "북한에서는 인구의 40%혹은 1000만 명 가량이 인도주의적 지원 대상으로 지속적인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으며 영양실조에 특히 취약한 임산부나 수유기 여성 뿐 아니라 어린이도 장기적으로는 발달 장애를 입을 수 있다"면서 북한에 대한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같은 날 9일 오전 북한은 이날 정오부터 청와대 핫라인과 연락사무소를 포함해 남·북 간 모든 대화 채널을 전부 차단한다고 통보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6월 9일 12시부터 북남 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유지해온 북·남 당국 간 통신 연락선과 북·남 군부 간 동서해 통신 연락선, 북·남 통신 시험 연락선 뿐 아니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와 청와대 사이의 직통 통연락선을 완전 차단·폐기하게 된다"고 밝혔다.

앞서 4일 북한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에 이어 5일 통일전선부 대변인 담화를 통해 탈북민 대북 전단 살포를 지적해가며 남북 관계 단절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또 9일 연락 두절 추가 조치로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과 북한 간 기류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가운데 한국이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 사회에서 중국에 중재자 역할을 사실상 빼앗겼다는 영국 싱크탱크 전망도 나왔다. 9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영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지난 5일 '2020 아시아태평양 역내 안보평가'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한국이 중국에 역할을 빼앗겼기 때문에 당분간 남·북한 평화 협력이 교착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IISS는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간 관계가 전보다 좋아진 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중재자 역할을 무력화시키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고 진단했다. 최근 북한과 중국 관계는 북한과 미국 정상 간 직접 대화가 이뤄지면서 중재자로서 한국의 역할이 좁아진 상황에서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 협상 불협화음을 낸 것을 틈타 개선됐다.

IISS는 남·북 관계가 한국 정부가 아닌 북한과 미국 간 관계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재인 정부가 대통령 임기 반환점을 돌아 시간에 쫓기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해서다. IISS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화가 최근 진전이 없었고, 남·북한 두 정상이 지난 2018년 논의했던 남북 평화 협력 정책도 제자리 걸음에 머무르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그간 입장처럼 제재를 통해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끌어낸다는 '최대 압박' 정책을 내면서 한국도 미국의 노선에 동참하기를 바라고 있어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바라는 한국으로서는 복잡한 상황이다. 다만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IISS는 북한이 이미 20∼60기의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며, 플루토늄 기반 핵시설인 영변과 베일에 가린 우라늄 기반 시설들을 통해 매해 최소 5∼6기의 무기를 생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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