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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홍콩 보안법 통과

‘송환법’ 막았지만, 밀어닥친 ‘보안법’에 표류하는 홍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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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송환법 반대시위 1주년

‘범죄인 인도’ 반대 100만명 시위

지방선거서 민주파 압승으로 결실

경찰 강경진압·코로나로 동력 잃고

중 보안법 꺼내 시위 구도 바뀌어

“시민사회, 마땅한 대응책 못찾아”

노동·학생단체 파업 찬반투표 주목


한겨레

‘범죄인 인도조례’(송환법) 반대 100만명 시위 1주년을 맞은 9일, 홍콩의 한 쇼핑몰에서 시위대가 ‘젊은이들의 생명은 소중하다’, ’경찰이 진짜 폭력배다, 맞다’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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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인 인도 조례’(송환법) 반대 100만명 시위 1주년을 맞은 9일, 홍콩은 대체로 조용했다. 점심시간을 이용한 산발적인 시위가 이어지긴 했지만, 홍콩 시민 7명 중 1명꼴로 거리로 쏟아져나왔던 1년 전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중국 중앙정부가 ‘홍콩판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 입법을 밀어붙이면서, 홍콩 시민사회도 뾰족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1년 전 송환법 정국의 문을 연 100만명 시위는 나흘 뒤 열린 입법회 포위 시위(6월12일)를 경찰이 유혈폭력 진압하면서 200만명 시위(6월16일)로 이어졌다.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도 수그러들지 않았던 저항의 기운은 11월 말 치른 지방선거(구의회)에서 전체 18개 지역 가운데 17개 구의회를 민주파가 장악하는 압도적 승리를 일궈냈다.

선거 승리 이후에도 홍콩 시민사회는 광범위한 민주화를 요구하며 시위를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연말을 지나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크게 세 가지 요인을 꼽을 수 있다. 첫째, 경찰의 시위 진압이 대단히 공세적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11월 크리스 탕 경무처장 취임 이후 본격화한 경찰의 시위 진압 방식 변화는 올 1월1일 새해 첫 시위에서 극명히 드러났다. 이날 평화로운 행진이 끝난 뒤 일부 시위대가 경찰과 맞붙자 즉각 대규모 병력을 투입해 460여명을 체포했다. 중국의 홍콩 보안법 입법 추진 발표와 홍콩 입법회의 중국 국가 모독 금지법 최종 심의를 앞둔 5월27일에도 경찰은 대규모 병력을 사전 배치해 시위를 원천 봉쇄하는 한편, 시위가 본격화하기도 전에 360여명을 체포했다.

둘째, 코로나19 사태로 장기간 이어온 시위 동력이 약해졌다. 홍콩 당국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이유로 8명 이상이 모이는 것을 금지하는 방식으로 아예 집회 시위를 차단했다. 천안문 시위 유혈진압 31주년을 맞아 지난 4일 열린 촛불집회가 사상 처음으로 ‘불법 집회’가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날 홍콩 전역에서 추모집회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렸지만, 지난해와 같은 열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셋째, 중국 당국이 송환법과는 비교할 수 없는 파급력을 가진 홍콩 보안법이란 칼을 직접 빼들면서 시위의 구도 자체가 바뀌었다.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는 홍콩 당국에 압박을 가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보안법은 중국 지도부가 직접 추진하고 있다. 에드먼드 청 홍콩시립대 교수(정치학)는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보안법은 홍콩 정부가 추진한 송환법처럼 철회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없다”며 “시민사회도 마땅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라고 짚었다.

이런 상황은 홍콩 재계의 달라진 태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송환법 정국에서 “폭력 시위만은 자제해달라”(홍콩 최대 부호 리카싱 전 청쿵그룹 회장)거나 “노동자들의 정치적 성향에 간섭할 수 없다”(캐세이 퍼시픽 항공 경영진)는 태도를 보였던 기업·기업인들이 앞다퉈 보안법 찬성 의사를 밝히고 있다. 지난해와 달리 홍콩이 아닌 중국을 바라보고 있다는 뜻이다.

홍콩 시민사회는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 홍콩직공회연맹 등 20여개 노동단체와 학생단체는 오는 14일 이른바 3파투쟁(노동자 파업, 상인 철시, 학생 동맹휴업) 찬반 투표를 실시한다. 송환법 반대 투쟁의 성과인 풀뿌리 의회를 중심으로 보안법 입법에 대한 시민사회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홍콩의 중국 반환 기념일인 7월1일에도 대규모 시위가 예고돼 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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