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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홍콩 대규모 시위

홍콩 시위 ‘그 후 1년’ 열망과 절망 [정환보의 '디스커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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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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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9일 홍콩 정부의 ‘범죄인 인도 조례(송환법)’ 추진에 반발하는 홍콩 시민 103만명이 거리로 나섰던 송환법 반대 시위가 1년을 맞았다.

주말마다 도심을 뒤덮은 시위 열기는 석 달 만에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으로부터 ‘송환법 철회’라는 성과를 얻어냈다. 하지만 이후 경찰의 초강경 진압으로 8300명 넘는 시민이 체포되는 등 중국 본토의 입김은 민주화 열망을 강력히 옥죄고 있다. 급기야 정치적 자유를 전면 제한할 수 있는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지난달 29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통과해 시행을 앞두고 있다. 미·중 패권경쟁의 틈바구니 속에 홍콩은 지금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같은 상황에 놓여 있다.

■총탄도 못 막은 홍콩 민심

지난해 6월9일 열린 첫 시위에는 약 103만명이 몰려들었다. 홍콩 전체 인구 7명 가운데 1명이 시위에 참여한 것으로 1997년 홍콩 주권반환 이후 최대 규모였다. 표면적인 시위 배경은 홍콩 정부가 그해 3월 중국 본토로 범죄인을 송환할 수 있도록 한 송환법을 입법예고한 데 대한 반대였다. 발단은 대만에서 옛 여자친구를 살해한 홍콩인 용의자 도주 사건이었지만, 반체제 인사·민주화 운동가 등을 중국 본토로 압송해 가는 법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웠다. 6월16일에는 200만명이 거리에 나오는 등 갈수록 규모를 키운 시위대는 홍콩국제공항까지 점거하며 본격적으로 반중국·민주화 요구를 분출했다.

람 장관은 결국 9월4일 송환법 철회를 공식 발표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송환법 철폐에 더해 체포자 무조건 석방·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 이른바 ‘5대 요구사항’ 수용을 외치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진 반면, 홍콩 당국은 초강경 조치로 응수했다.

10월 ‘신중국 건국 70주년’ 행사 참여차 베이징을 다녀온 람 장관은 계엄령에 해당하는 긴급법을 발동해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전면 금지시키는 등 고삐를 죄었다. 11월에는 충돌 양상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홍콩과기대생이 시위 현장 부근 건물에서 추락해 사망하는가 하면, 시위참가자가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중태에 빠지면서 시민들은 공분했다. 홍콩 청년들은 ‘최후의 보루’로 불린 홍콩이공대에서 화염병과 투석기 등으로 맞섰지만, 장갑차에 음향대포까지 동원해 토끼몰이식 체포 작전을 편 경찰은 사실상 ‘시위대 소탕’에 성공했다.

2014년 ‘우산혁명’에 이어 또다시 실패하는듯 했던 시위는 그러나 선거를 통해 ‘조용한 혁명’의 힘을 보여줬다. 11월24일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진영은 전체 452석 가운데 388석을 차지하고, ‘다수파’였던 친중파는 불과 60석에 그치는 참패를 한 것이다.

■강력해지는 본토의 ‘철권통치’

이에 중국은 ‘확실한 통제’ 카드를 들고 나왔다. 이미 10월말 19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홍콩에 대한 ‘전면적 통제’를 천명한 뒤 수순을 착착 밟아갔다. 초강경파 크리스 탕을 홍콩 경무처장(경찰청장 격)에 임명하는가 하면, 충성파들을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 요직에 배치하며 압박 수위를 한층 높였다.

정점을 찍은 것은 홍콩보안법이었다. 지난달 29일 중국 전인대에서 통과된 홍콩보안법은 외세의 홍콩 내정 개입, 국가 분열·전복·테러 행위 등을 금지·처벌하고 이를 집행할 기관을 홍콩에 설립하는 내용이 골자다. 홍콩 민주진영은 항인치항(港人治港·홍콩인에 의한 홍콩 통치)은 물론 홍콩 존립의 기본원리인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에 명백히 위배된다며 결사항전 의지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조직적 대규모 시위가 재현될 가능성은 일단 낮아 보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8일 “지난해 대규모 체포와 코로나19 확산 우려, 중국의 보안법 강행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시위 동력은 많이 약화된 상태”라고 보도했다.

분수령은 오는 9월6일 치러지는 입법회(의회 격) 의원 선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회가 보안법 최종 입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도 90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 전에 보안법을 발효시켜 민주파 인사들의 출마를 견제하는 ‘예방적 통제’ 의도가 깔려 있다.

미·중 갈등의 한복판에 홍콩 문제가 놓인 것도 변수다. 홍콩보안법 통과 이후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 절차를 선언하고 나섰고, 중국 지도부는 이에 아랑곳않는 강행 태세다. 무역·첨단기술 영역에서의 분쟁은 물론 보건·인권·안보 영역 등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는 양측의 패권경쟁에 홍콩의 미래가 마치 ‘인질’로 잡혀 있는 형국이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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