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오른쪽)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지사. 연합뉴스ㆍ경기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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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지사가 또 맞붙었다. 정치권에서 ‘기본소득’을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는 상황에서 박 시장이 “기본소득보다 ‘전국민 고용보험’이 먼저”라며 이 시장을 향해 포를 날렸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해온 대표적인 지방자치단체장이다.
박 시장은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 국민 고용보험 VS 전 국민 기본소득’ 제목의 글을 올렸다. 박 시장은 이 글에서 “전 국민 기본소득보다 훨씬 더 정의로운 전 국민 고용보험제가 전면적으로 실시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위기는 취약계층에 가장 먼저, 가장 깊이 온다. 더 큰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에게 더 큰 지원과 도움을 주어야 마땅하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또 “전 국민 고용보험과 전 국민 기본소득 중 어느 게 더 중요할까”라고 자문한 후 “마땅히 더 큰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에게 더 큰 지원과 도움을 줘야 마땅하다”며 이 같이 강조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이 지사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기본소득 도입은 이 지사가 적극적으로 앞장서 주장한 정책이다. 이 지사는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기본소득을 첫해에 연 20만원으로 시작해 매년 조금씩 증액해 수년 내에 연 50만원까지 만들면 연간 재정부담은 10조원~25조원에 불과하다”면서 단계별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그는 또 이어 “기본소득 개념과 달리 일부만 골라 지급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기본소득이 경제정책임을 모른 채 복지정책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비교 분석’을 통해 이 지사를 공박했다. 성인 인구 4,000만명, 연간 실직자 200만명 상황에서 ‘예산 24조원’일 때를 가정해 기본소득과 고용보험의 효과를 직접 따졌다. 앞서 이 지사가 기본소득 단계별 도입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국민 1명당 한 해 50만원을 지급할 경우 필요한 예산으로 잡은 25조원과 근사한 수치다.
박 시장은 “끼니가 걱정되는 실직자와 월 1,000만원 가까운 월급 받는 대기업 정규직 모두에게 매월 5만원씩 지급하는 게 더 정의로우냐, 아니면 실직자에게 100만원을 지급하는 게 정의롭냐”며 사실상 이 지사의 계획을 반박했다.
이 지사는 앞서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까지 기본소득 공론화에 나서자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포퓰리즘 공격 때문에 망설이는 사이 미래통합당이 기본소득을 그들의 주요 아젠다로 만들어가고 있다”며 선제적인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했다.
박 시장과 이 지사는 코로나19 대응에서도 노선을 달리 했다. 이 지사는 모든 경기도민에게 1인당 ‘재난기본소득’ 10만원씩을 준 반면 박 시장은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에만 최대 50만원의 ‘재난긴급생활비’를 지급했다.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는 희비가 엇갈린다. 두 자릿수 지지율로 상승한 이 지사와 달리 박 시장은 여전히 2%대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 박 시장이 전국민 고용보험제 전면 도입 카드를 앞세워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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