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소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 마포 쉼터 '평화의 우리집' 모습./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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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운영하는 서울 마포구 소재 위안부 피해자 쉼터 '평화의 우리집' 소장 A씨(60)가 전날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고인이 생전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첫 만남을 회상하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이 재조명되고 있다.
7일 A씨의 페이스북 계정에는 지난 3월 31일에 작성된 윤미향 의원과의 만남을 회상하는 글이 게재돼 있다.
해당 게시물에서 A씨는 "그녀 윤미향을 만난 건 2004년 5월. 쉼터에 기거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 부산에서 서울로 상경했다"며 상경 후 3개월 간 사표를 수차례 냈지만 그 해 8월 윤 의원의 눈물을 본 이후 지금까지 함께 울고 웃으며 지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A씨는 윤 의원을 떠올리며 "대표라는 이유하나만으로 당연히 하겠지? 하는 마음이 있었던 건 아닐까?"라며 "문제해결을 위해 전국 아니 세계를 다니면서 때로는 아픈 몸을 이끌었지만 대표니까 당연히... 하고 그냥 지나쳐버린 건 아닐까"라며 자문했다. 그러면서 "지금 생각하니 너무나 많은 일들을 그녀는 웃으며 했기에 당연한 것인 줄 알았다"고 했다.
A씨는 "그녀는 우리에게 큰 힘이었다"며 "쉼터에 급한 일이 생기면 새벽에도 전화를 하기에 그녀의 머리맡에는 24시간 전화기가 떨어질 줄을 몰랐다"고 덧붙였다.
한편 A씨는 지난 6일 오후 10시35분께 지인의 신고로 경기 파주 소재 자택에 출동한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의해 숨진채 발견됐다. 경찰은 A씨 사망에 대한 타살 혐의점은 적다고 보고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다음은 A씨의 SNS 게시글 전문:
그녀 윤미향을 만난 건 2004년 5월
쉼터에 기거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하여 부산에서 서울로 상경했다.
그러나 할머니들의 트라우마는 만만치 않아 3개월 사이에 몇 번의 사표를 내고 마지막 그해 8월이었던가?
그녀의 눈물을 보고 다시는 사표 이야기 하지 않을께요. 그리고 지금까지 동지처럼, 친구처럼 함께 울고 웃으며 지내오는 동안 그녀의 머리는 어느새 흰머리가 늘어났다.
우리는 그 동안 그녀에 대하여 얼마나 배려하며 살았을까?
대표라는 이유하나만으로 당연히 하겠지? 하는 마음이 있었던 건 아닐까?
오랫동안 밤을 지새우며 20년간의 수요일과 25년간의 수요일 책을 만들어내는 작업들을 했지만 그 흔한 출판기념회도 한번 해주지 못하고. 또한 문제해결을 위해 전국 아니 세계를 다니면서 때로는 아픈 몸을 이끌었지만 대표니까 당연히... 하고 그냥 지나쳐버린 건 아닐까
그녀는 남에게 베푸는 것을 아주 좋아하여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기면 기부를 하고...정대협, 정의연, 김복동의 희망으로...때로는 노동현장으로 달려가 함께 슬퍼하며 도움을 약속하고,
지금 생각하니 너무나 많은 일들을 그녀는 웃으며 했기에 당연한 것인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것은 얼마나 큰맘이었는지 이제는 깨닫는다.
갑자기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간다는 이야기에 축하하고 힘을 주어야하는데 괜시리 남겨진 마음이 무겁다.
김복동 할머니 방으로 올라가 할머니의 영정사진 앞에서 할머니와 긴 이야기를 나누며 그녀가 부디 더 좋은 곳에서 할머니께서 원하시던 위안부문제, 남북문제, 조선학교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이야기했다.
그녀는 우리에게 큰 힘이었다.
쉼터에 급한 일이 생기면 새벽에도 전화를 하기에 그녀의 머리맡에는 24시간 전화기가 떨어질 줄을 몰랐다.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를 비롯하여 전국 할머니의 아픔에 함께 눈물 흘리며, 김복동 할머니 살아계실 때는 모든 것을 할머니와 머리 맞대고 의논하던 그녀 윤미향
이제는 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떠나야하기에 기쁨으로 보내야만 하고, 그러는 내게 김복동 할머니의 영정사진이 아주 활짝 웃으며 보내주어야지 하신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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