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에너지 기업 가즈프롬의 옴스크 정유공장.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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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7일 ‘저유가 지속가능성 및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 점검’ 보고서에서 이 같은 전망을 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4월 국제유가는 23.3달러(월평균)로 2002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1월 6일 69.4달러였던 두바이유는 4월 22일 14.9달러까지 떨어졌다. 하락률이 79%에 달한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2014년 미국의 셰일오일 증산 등 과거 급락 때와 비교해도 하락 폭이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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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송용 석유 수요 당장 살아나기 어렵다
임준혁 한은 국제종합팀 과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적인 봉쇄조치로 운송용 석유 수요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며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해 일부 산유국이 원유 생산을 늘린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공급과 수요 양쪽에서 동시에 가격 하락 요인이 발생했다는 의미다.
한은은 글로벌 석유 수요의 회복 속도가 완만할 것으로 내다봤다. 큰 비중을 차지하는 도로 운송 및 항공 여객 수요 정상화가 쉽지 않아서다. 코로나19로 막혔던 경제 활동이 재개돼도 당장 방역 조치를 중단하긴 어렵고, 위축된 심리가 빠르게 되살아나긴 힘들다고 봤다. 실제로 국제항공운송협회는 올해 3분기와 4분기 항공 여객 수요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6%, 33%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의 2차 확산 가능성과 고용 악화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도 위험 요소다.
공급 측면에서도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일단 지난 3월 글로벌 원유전쟁을 촉발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는 휴전 협정에 합의했다. OPEC+(석유수출 23개국 협의체)는 6일 하루 970만 배럴 감산 협정을 7월 말까지 한 달 더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급한 불은 껐지만 언제든 합의가 깨질 가능성이 있다. 한은 관계자는 “과거에도 감산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사례가 많았다”며 “가격 상승을 원하는 나라, 생산량 증대를 원하는 나라 등 산유국 간 입장이 달라 불안한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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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산업 부실로 미국 경기회복 지연될 가능성
수급 불균형이 다소 완화하면서 5월 이후 국제유가가 조금씩 회복하고 있지만, 올해 내로 코로나19 발생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긴 어려울 것이란 게 한은의 진단이다. 아울러 한은은 이런 저유가 환경이 세계 경제에 대체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일단 재정 여력 등 기초 체력이 취약한 산유국 경제가 휘청거릴 수 있다. 당장 국가부도 위험이 큰 폭으로 커질 수 있다.
OPEC+를 상징하는 두 인물: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왼쪽)와 러시아 블라드리미 푸틴 대통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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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재정 및 경상수지 악화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해외 투자자금 회수에 나서는 것도 위험 요소다. 주요 산유국은 석유 판매로 누적한 자금을 국부펀드 형태로 운용하는 경우가 많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올해 1분기 중에만 66억 달러(약 8조원)를 현금화했고, 이란 국부펀드도 10억 유로(1조3700억원) 인출을 결정했다. 이런 움직임이 국제금융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셰일 산업 부실로 인한 미국 경기회복 지연, 저유가에 따른 글로벌 저인플레이션 추세 강화 등도 부담스러운 요소다. 임준혁 과장은 “통상 유가 하락은 한국 같은 원유 수입국에선 실질소득 증가, 생산비용 감소 등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이번엔 부정적 충격이 보다 부각되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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