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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묻지마 폭행범’ 영장 기각 “적법 절차 지켜야” vs “긴급체포 가능 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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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서도 갑론을박
한국일보

서울역에서 처음 본 여성을 폭행하고 달아났다 검거된 이모(32)씨가 4일 오전 구속영장실질심사 출석을 앞두고 추가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용산경찰서에서 서울철도특별사법경찰대로 호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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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서울역 묻지마 폭행’ 사건 피의자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을 두고 법조계에서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적법 절차에 따른 판단”이란 관점과 “긴급체포의 요건을 과도하게 보수적으로 해석했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5일 법원에 따르면 전날 김동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철도특별사법경찰대가 피의자 이모(32)씨를 영장 없이 체포할 만큼 상황이 긴박하지 않았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지난 2일 체포 당시 철도경찰이 이씨의 신상 및 연락처를 파악했고 이씨가 주거지에서 자고 있어 도주나 증거를 인멸할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번처럼 ‘긴급체포의 위법성’이란 형식 요건을 들어 영장을 기각하는 사례가 흔하지는 않다. 법원은 통상 혐의가 얼마나 밝혀졌는지,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판단해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한다.

영장 기각에 대한 찬반 논란이 일자 법원 관계자는 “피의자 신병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위법 사유가 발생했다면 혐의사실 등을 판단하는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다”고 설명했다. 형식적 요건을 본 다음에 실체적 진실을 판단하는 게 적법 절차에 부합하고 인권 침해의 소지를 줄인다는 의미다. 하급심이 피고인에게 국민참여재판 의사를 확인하지 않은 경우 상급심에서 다시 판단하라며 재판을 돌려보내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누구든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묻지마 폭행 사건인 만큼 긴급체포의 요건에 해당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이씨는 지난달 26일 별다른 이유 없이 서울역에서 택시를 잡기 위해 서 있던 30대 여성의 얼굴에 주먹을 휘둘러 중상을 입혔기 때문이다. 피해자와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여기에 범행 직전 마주 오는 행인들을 어깨로 강하게 밀치는 등 공격적 태도를 보였다. 익명을 요청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이씨의 혐의가 충분히 소명됐고 피해 정도가 클 뿐만 아니라 2차 피해 우려도 있었다”며 “이 정도면 긴급체포 사유에 해당되고 영장도 발부됐어야 한다”고 말했다.

철도경찰도 신속히 체포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강조한다. 이씨가 주거지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 문을 두드리고 전화를 했으나 휴대폰 벨소리만 들리고 아무런 반응이 없어 도주 및 극단적 선택의 우려가 있었다는 것이다.

결과론이지만 구속영장 기각 뒤에 이씨의 추가 혐의가 드러났다. 이날 서울 동작경찰서는 이웃 여성을 폭행하고 또 다른 여성에겐 욕설을 하며 침을 뱉은 혐의로 이씨를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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