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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사법연수원, 로스쿨 수업 '대면 시험'…"열나면 최하학점" 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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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영상 기자] [사법연수원 측, 로스쿨 '민사재판실무' 기말고사 '오프라인' 시험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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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연수원 전경. /사진제공=사법연수원



사법연수원이 전국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서 강의하는 수업의 기말고사를 대면으로 진행하고 발열 등 사유로 시험을 치르지 못할 경우 최하위 학점을 부여하겠다고 공지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학생들은 수업과 마찬가지로 비대면 시험을 요구하고 있다. 학생들은 사법연수원 측이 구체적 대안 없이 강행한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전국 각지의 학생들이 각 학교에 모일 경우 코로나19 확산 위험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구체적 대안 없이 학생들에게 책임을 떠넘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연수원 "시험 못 치르면 수강생 최하위 학점 부여"

5일 로스쿨 관계자 등에 따르면 사법연수원은 전국 로스쿨에 '민사재판실무' 강의 기말고사를 이달 13일에 치르겠다는 내용의 공지사항을 보냈다.

이 강의는 전국 모든 로스쿨의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수업진행 전반을 각 대학이 아닌 사법연수원 전담교수요원이 담당한다. 향후 재판연구원(로클럭) 등 선발절차에 영향을 미쳐 학생들이 성적을 중요하게 여기는 과목이다.

사법연수원의 공지사항을 보면 발열 등 증상으로 시험을 치르기 어려운 경우 시험에 응시한 수강생 대비 최하위에 해당하는 학점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재수강을 해야하는 F학점이 아닌 그 위 D나 C 혹은 B 등의 성적을 각 수업 인원 및 각 학교 상황에 따라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담당 교수에게 소명자료를 보내면 사법연수원에서 최하위 학점의 부여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시험장소에 갔더라도 체온이 37.5도를 넘으면 예비시험장에서 시험을 치르고, 예비시험장이 마련되지 않은 학교라면 소명자료를 제출한 뒤 최하위 학점을 받도록 했다.

사법연수원 측은 "최하위 학점의 부여 여부는 시험장소까지 나와서 체온을 측정했는지와 상관없이 추후 소명자료로 판단하는 것"이라며 "최하위 학점이라도 받기 위해 발열 등 증상에도 굳이 시험장소까지 나올 필요는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왜 책임을 학생에게 넘기나" 불만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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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학교 학생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가운데 지난달 31일 경기 성남시 수정구보건소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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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체적인 대안 없이 시험을 강행한다는 비판이 학생들 사이에서 나온다. 대면 시험을 위한 책임을 모두 학생들에게 전가한다는 것이다.

의심증상이 있으면 집에서 쉬라는 것이 방역당국의 공식 입장이지만 시험을 치르지 못할 경우 최하위 성적을 받게 돼 학생들이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또 증상이 있는 학생이 어쩔 수 없이 시험장을 찾았다가 향후 확진 판정을 받을 경우 한 로스쿨의 모든 학생이 격리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가천대에서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학생이 대면 중간고사를 치러 학생과 교직원 230명이 격리됐다.

이 수업을 수강하는 서울 소재 로스쿨 학생 A씨는 "100명이 넘는 학생이 4시간 동안 시험을 치르면서 전파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 있느냐"며 "혹시 코로나19에 감염돼 다른 시험까지 치르지 못하는 경우 강제유급이 되지 않는다는 학교 측 입장이라도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각 대학 로스쿨 커뮤니티에는 '발열 증상이 있어도 해열제 먹고 시험을 봐야 하는 것 아니냐',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이번 학기는 감기만 걸려도 끝장이다' 등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김서래 법학전문대학원학생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증상이 있으면 학교에 오지 않아도 학점은 주겠다는 취지겠지만 열심히 공부한 학생 입장에서는 최하위 학점을 받고 싶지 않아 시험장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 것"이라며 "코로나19 확진자, 접촉자, 유증상자가 되는 것은 개인 책임이 아닌데 그 이유만으로 성적에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사법연수원 관계자는 "원래 시험을 치르지 않으면 F 학점을 부여하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해 학점을 주겠다는 취지"라며 "반드시 최하 학점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최하 학점 이상을 주겠다는 뜻이며 사태 추이를 보고 적절하게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영상 기자 vide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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