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慰安)’이란 ‘위로하여 마음을 편하게 한다’는 뜻
‘위안부’, 日원하는 용어…“이옥선 할머니는 ‘위안부’가 ‘성노예’보다 불쾌”
전문가 제시한 대체용어는 ‘일본군 성착취 피해자’·‘일본군 성폭력 피해자’
“연구자 입장에서 나서기 어려워…언론 등 나서 국민적 합의 도출했으면”
‘위안부’ 관련 전문가들이 제시한 대체 용어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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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윤호·박상현·신주희 기자] ‘위안부’. ‘위안(慰安)’은 ‘위로하여 마음을 편하게 한다’는 뜻이다.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위한정의기억연대(정의연)를 둘러싼 의혹을 처음 제기한 이용수(92) 할머니가 본인을 ‘성노예’라고 지칭하는 것에 대해 반감을 표했지만 이를 대체하는 위안부 역시 일본발 용어로, 그들이 만행을 은폐하고 미화하기 위해 교묘하게 제작된 전시 선전 용어인 것이다.
위안부라는 말에는 피해자들의 고통 대신 가해자인 일본군의 시선이 담겨 있다. 실제 일본 측에서 가장 사용하기를 원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영어로 번역하면 ‘comfort women’으로, 역시 오해의 소지가 크다. 성노예가 ‘sexual slavery’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면 전자의 경우 일본군이 붙인 용어, 후자의 경우 UN 용어를 그대로 차용해 쓰면서, 우리는 피해자 입장에서 적절한 대체 용어에 대한 연구가 너무 미흡했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위안부에 따옴표(‘’)를 붙여 30년 동안 사용했지만, 정확히는 마땅한 용어가 없어 미봉책으로 사용해온 셈이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이름을 제대로 붙이는 것은 첨예하게 대립된 진영논리를 통합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적절한 용어로 재정립 필요”다수의 학자들은 ‘위안부’와 ‘성노예’ 용어 모두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으며, 적절한 용어로 재정립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수많은 국제 기고를 통해 한국의 실상을 알리고 있는 서경덕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는 “뉴욕타임즈 등 해외 매체에 공익 광고를 낼때 헤드라인에는 ‘sexual slavery’, 본문에는 ‘comfort women’을 병기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해 왔다”면서도 “이용수 할머니 발언을 통해 용어 사용에 대해 좀 더 고민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위안부 역시 피해 할머니들 사이에서 꺼리는 용어인 점은 마찬가지라는 증언도 나왔다. 일본인인 야지마 츠카사 나눔의집 국제실장은 “이옥선 할머니의 경우 위안부라는 단어는 ‘자발적으로 군인을 상대했다’는 말까지 포함돼 있기 때문에, ‘성노예’보다도 훨씬 불쾌하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일본에서 귀화한 호사카 유지 세종대 대양휴머니티칼리지 교수는 “위안부를 30년간 통용해 왔다지만, 매우 부족한 용어인 건 사실이다. 적절한 용어를 마련하는 것이 교육은 물론 향후 국제적인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교육학자들은 학술적 측면에서 사료에 사용된 단어를 그대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냈다. 교육부·여성가족부 관계자 역시 “위안부는 특정 시대 있었던 사실을 지칭하는 용어로, 부처 입장에선 선제적으로 용어를 연구하기보다 통용되고 있는 단어를 사용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체 용어에는 ‘일본군’ 명시돼야”그럼에도 많은 관련 학자들은 “사실상 위안부는 용어에 대한 연구가 부족해 객관적인 제3의 용어를 마련하지 못해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대체 용어에 대한 의견을 전했다.
가장 다수를 차지한 의견은 대체 용어에 반드시 가해자인 ‘일본군’이 명시돼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일본군 성착취 피해자’를 대안으로 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가해자(일본군)와 피해자를 정확히 명시하면서도, 중립적이고 노골적이지 않은 ‘성착취’란 용어를 써 적절한 표현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권내현 고려대 역사교육과 교수와 김재련 전 화해·치유재단 이사(변호사)는 “위안부가 일본의 참상을 그대로 드러내는 장점은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각각 ‘일본군 강제동원 성 피해자’와 ‘일본군 전시 성폭력 피해자’란 용어를 제시했다. 김 전 이사는 “위안부를 처음 접하는 초등학생들에게는 이 같은 대체 용어로 설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명숙 전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이사는 “일본군 위안부뿐 아니라 전 세계 전시 여성 피해자를 포괄하는 단어를 마련하는 것이 미래 지향적 측면에서 좀 더 의미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대국민 공모 필요”전문가들은 정부, 관련 단체, 언론 등이 나서 대국민 공모를 통해 국민적 합의를 거친 용어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강혜경 숙명여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위안부 문제를 둘러싸고 생긴 관심과 갈등을 자극적이지 않게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용어부터 정리하는 것”이라며 “국민 공모를 받아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 해결하는 것이 좋겠다. 전문가 의견도 중요하지만, 어차피 국민들이 많이 사용하지 않으면 사장(死藏)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른 일제 잔재 용어는 서둘러 청산하고 있지 않나. 전쟁 범죄 현상을 지칭하는 한국적·중립적 단어를 도출하는 것은 국제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석흥 국민대 한국역사학과 교수는 “이미 여가부에 ‘일본군 성폭력 피해자’란 용어를 전달한 적은 있지만, 연구자 입장에서 공론화하기는 어려웠다. 언론이나 관련 단체가 나서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서 교수와 호사카 교수도 “정부는 물론 피해 할머니와 관계단체, 시민단체, 네티즌 등 일반 국민들의 중지(衆志)를 하나로 모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youkno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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