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감독 데이비드 피카드 서면 인터뷰
“지역·성별 불문, 초심자도 즐길 수 있게”
“지역·성별 불문, 초심자도 즐길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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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최고의 음악’을 ‘최다의 관객’에게 ‘최저의 가격’으로….
“‘BBC 프롬스 코리아’는 ‘프롬스 경험’의 맛보기가 될 거예요. 영국에서 8주 동안 진행되는 페스티벌의 작은 스냇샷을 경험하게 될 겁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객이 듣는 클래식 음악 축제인 영국 ‘BBC 프롬스’가 한국에 상륙한다. 다음 달 2~8일까지, 딱 일주일간 열릴 영국 축제의 ‘압축’ 버전이다.
1895년 영국 런던의 로열앨버트홀에서 시작된 BBC프롬스는 TV와 라디오를 통해 생중계, 현재는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를 통해서도 실시간으로 만날 수 있는 명실상부 지상 최대 음악 축제다. 대중음악으로 치면 미국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이나 우드스톡 페스티벌 쯤으로 생각하면 쉽다.
2015년부터 이 축제를 이끌고 있는 데이비드 피카드 예술감독은 “프롬스는 많은 사람들이 처음으로 클래식 콘서트를 경험하는 장소”라며 “이 독특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는 여전히 많은 젊은 관객들을 끌어들이고 있고,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클래식 음악을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에서 출발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와 호주 멜버른,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일본 도쿄에서 열린 ‘BBC 프롬스’가 한국을 찾는 것은 이번이 처음. ‘BBC 프롬스 코리아’는 5년의 구상 끝에 마침내 성사됐다. 특히 피카드 감독의 임기 마지막 ‘이벤트’이기도 하다.
피카드 감독은 “2019년 프롬스 재팬을 선보였을 당시 롯데콘서트홀과 비슷한 페스티벌의 가능성에 대해 처음 대화를 나눴는데, 5년이 지난 지금 그 일이 현실이 됐다”고 돌아봤다.
영국 이외의 나라에서 열리는 BBC 프롬스는 각 지역의 특색과 클래식 관객들을 고려해 프로그램을 구성한다. 그는 “프롬스 프로그램의 주요 요소들을 지역적인 초점과 결합해 현지 관객들이 페스티벌에 대한 주인의식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축제는 12월 2일 라이언 위걸즈워스가 지휘하는 BBC 스코틀랜드 심포니 오케스트라(BBC SSO)와 첼리스트 한재민의 협연을 시작으로 앙상블 블랭크(12월 3일), KBS교향악단과 협연하는 이지윤, 최하영의 브람스 이중 협주곡(12월 5일),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12월 8일)의 무대로 이어진다.
한국 클래식 애호가에게 익숙한 국내 연주자들이 자리하고, 한국인 작곡가들의 음악도 만나게 된다. 피카드 감독은 “런던의 프롬스가 새로 위촉된 작품부터 클래식 음악의 중심에 있는 다양한 음악을 선보이는 것처럼, 서울에서도 이 같은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특히 축제 첫날엔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곡가 진은숙(‘Subito con forza’)과 그의 제자로 최근 주목받는 신동훈의 곡(첼로 협주곡, 아시아 초연)이 BBC 프롬스를 통해 연주된다. 피카드 감독은 “신동훈은 영국에서 매우 존경받는 작곡가로 그의 음악을 프롬스에서 선보일 기회를 오랫동안 엿봤다”며 “이번 페스티벌이 신동훈의 작품을 소개할 완벽할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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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드 감독은 임기 10년 동안 ‘BBC 프롬스’를 통해 장르는 물론, 음악가의 성별의 다양성에도 균형을 위해 힘써왔다. 여성 지휘자와 작곡가의 비중을 늘렸고, 올해 프롬스에선 3분의 2가 여성 작곡가들의 위촉작으로 구성됐다.
그는 “프롬스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구성을 반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과거 여성 작곡가의 오케스트라 음악이 매우 적었던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는 미래를 위해 이 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만약 여러분이 런던과 같은 다문화 도시에 살고 있다면, 저는 사람들이 프롬스에 와서 무대에 반영된 것들을 보길 바란다. 우리가 관객과 연주자를 다양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BBC프롬스 코리아’ 무대에서도 주요 지휘자와 협연자, 작곡가 등 총 13명 중 여성 음악가의 비중은 절반(6명) 가까이 된다.
30만 명의 관객이 찾은 지난 여름 런던의 ‘BBC 프롬스’엔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무대에 섰다. 피카드 감독은 임윤찬에 대해 “믿을 수 없는 재능을 가진 연주자”라며 “가끔 정말로 독보적인 음악가가 등장한다. 임윤찬은 그런 연주자 중 하나”라고 찬사를 보냈다.
클래식 음악 공연은 여전히 진입장벽이 높다. 음악은 어렵고 티켓 가격은 비싸다. 공영방송 BBC의 수신료 일부를 자금으로 지원받는 프롬스의 모토는 ‘최고의 클래식 음악을 가능한 많은 대중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헨리 우드가 프롬스를 창립했을 당시부터 이어온 가치다. 이를 위해 축제에선 다양한 가격대의 티켓을 마련하고 있다. 기존 클래식 공연과 유사한 일반적인 가격대 외에도 1만 5000원의 프롬스 석을 판매하는 것이다. 피커스 감독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페스티벌을 함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30~40분을 훌쩍 넘는 장대한 협주곡과 교향곡은 3~4악장으로 구성돼 있어 클래식 초심자에겐 ‘박수 타이밍’도 난관이다. 지금도 클래식 전용 공연장에선 “악장간 박수를 자제해달라”는 안내방송도 나온다. 하지만 프롬스는 모든 것을 허용한다.
피카드 감독은 “프롬스에서 악장 사이에 박수가 나오는 것은 콘서트에 처음 온 사람들이 있다는 신호일 때가 많다”며 “그들은 전통을 잘 모르고, 저는 그들이 다시 오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 모차르트도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 매우 기뻐했다”며 모두에게 프롬스의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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