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라이언스’ 회장인 형 무케시
파티 즐기는 동생과 달리 모범생
동생 아닐 투자 실패로 “파산 상태”
블룸버그 “수년 전에도 형에 구걸”
인도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의 회장인 형 무케시 암바니(왼쪽 사진)와 동생 아닐. 모범생 형과 달리 파티를 즐기는 등 자유분방한 동생은 사업에 실패해 궁지에 처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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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바니 가문을 모르면 인도에선 간첩이랄 수 있다. 디루바이 암바니가 1966년 작은 무역업체로 시작한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는 에너지·유통·통신 등, 인간 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선두를 달린다. 인도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차지한다(블룸버그)는 분석도 있다.
블룸버그는 “미국으로 치면 아마존과 (통신업계 선두두자) AT&T, (에너지 대기업) 다우 케미컬과 엑손 모빌을 하나로 합친 셈”이라고 한다.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의 현 회장인 무케시 암바니의 딸이 2018년 결혼식을 올렸을 땐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후보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까지 참석했다. 결혼식 비용은 1100억원을 넘겼다.
이런 암바니 가문의 골칫거리가 있다. 창업자의 장남 무케시(63)와 차남 아닐(61) 간의 갈등이다. 형제는 성격도, 사업 스타일도 정반대다. 블룸버그는 지난 3일, “세계에서 가장 비싼 값을 치른 형제간의 경쟁”이라는 제목으로 둘 사이를 조명했다. 승자는 형 무케시. 동생 아닐은 나락에 빠졌다.
아닐도 2008년엔 보유 자산 420억 달러(약 51조원)로, 세계 갑부 순위 6위였다. 그랬던 그가 지난달 22일, 영국 고등법원의 “중국 은행 세 곳에 7억1700만 달러를 배상하라”는 판결에 “무일푼이라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냈다. 그의 기업에 대출해 준 중국공상은행(ICBC) 등 3곳이 제기한 채무 이행 소송이었다. 그는 “현 부채를 고려하면 내 순 자산은 제로다. 나는 파산 상태”라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수년 전에도 아닐이 형에게 구걸하다시피 해서 채무 변제를 했다”며 “형은 마지막 순간까지 버티다 빚을 대신 갚아줬다”고 전했다.
무케시의 딸 결혼식. 가운데가 하객으로 참석한 힐러리 클린턴.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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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친이 2002년 작고하기 전 둘 사이 우애는 좋았다. 아닐은 “형과 나는 몸은 두 개여도 마음은 하나”라고 말하곤 했다. 선친 사망 직후 릴라이언스의 사업 분야를 어떻게 나눌지 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 형은 회장, 동생은 부회장을 맡았다. 슬슬 서로에게 “왜 제대로 상의하지 않고 사업 결정을 하느냐”고 불만을 터뜨리며 갈등은 커졌다. 결국 어머니의 중재로 주력인 에너지 분야는 형이, 통신 분야는 동생이 가져갔다.
하지만 인도 이동통신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자, 형은 “통신 분야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깼다. 2010년 릴라이언스 지오 인포컴을 설립하고 4G(4세대) LTE 서비스에 집중했다. 동생 회사가 운영하는 2G/3G 기반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통신분야의 미래 핵심 먹거리는 선점한 승부수였다. 반면 동생은 투자에 계속 실패했고, 그의 통신 기업은 망했다. 현재 인도 통신업계 1위는 형 무케시의 릴라이언스 지오 인포컴이다.
무케시는 우직한, 전형적인 모범생이다. 결혼도 27세에 부모님이 점지해준 여성과 했다. 실제로 선친은 사업을 키우며 장남에게 많이 의지했다. 스탠퍼드대에서 유학하던 무케시를 불러들이기도 했다. 지금도 힌두교의 율법을 지키며 채식만 하고, 술은 입에 대지 않는다.
아닐은 그와 180도 다르다. 블룸버그는 “31세에 부모가 공개적으로 반대한 배우와 결혼한 아닐은, 멋진 수트를 입고 호화로운 전용기를 타고 발리우드(인도의 영화계) 인사들과 파티를 즐기는 타입”이라고 전했다. 중국 은행들은 “아닐은 말로만 파산상태일 뿐, 아직도 호화 비행기를 타고 다니며 사치한다”고 주장한다. 무케시는 포브스에 따르면 4일 현재 순 자산 579억 달러(약 70조5600억원)으로, 세계 21위 갑부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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