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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최순실의 옥중회고 "청와대서 난 투명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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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회라는 방패 사라지니, 나를 주목...그게 비극적 운명의 시작"

‘국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보좌하기 위해 남편 정윤회씨와 이혼했고, 이후 청와대에서 '투명인간' 처럼 지냈다고 회고했다. 최씨가 구치소에서 쓴 옥중 회고록 ‘나는 누구인가’는 오는 8일 출간 예정이다.

◇“청와대 들어갈 땐 투명인간…박 대통령 노출 싫어했기 때문”

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씨는 회고록에서 "한 나라의 대통령 위치에 있는 분 가까이에 있으니 내가 권력이나 명예를 좇는 사람이었다면 어떻게든 한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나는 함께 지내는 가족도 없는 그분의 허전한 옆자리를 채워드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했다. 이어 "그 무렵부터 나는 가족들과도 소원해지기 시작했다. 정 실장(정윤회 전 비서실장)과도 수시로 갈등을 겪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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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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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사실 내가 아버지(최태민) 딸만 아니면 우리 부부 사이는 문제가 없었다"며 "그는 아버지와 박 대통령에 엮여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을 극도로 꺼려 나에게 제발 박 대통령 곁을 떠나라며 수차례 권유했다"고 했다.

최씨는 "박 대통령을 떠나자니 의리를 저버리는 것 같고, 그대로 있자니 세상이 그냥 놔두질 않을 것 같고…, 그래서 나는 결국 그를 최태민의 사위에서 놓아주기로 했다"고 적었다.

그는 "그런데 정윤회라는 이름의 방패가 없어지니 최태민의 딸, 최순실이라는 이름이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했다"며 "아마 그때부터 나에 대한 의구심이 더욱 증폭됐고, 그것이 비극적인 내 운명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최씨는 "당시에도 나는 청와대에 들어갈 때 투명인간이 돼야 했고, 비서 외에는 그 누구에게도 노출되지 않았다"며 "그분(박 전 대통령)이 그걸 싫어하셨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박 대통령은 나의 개인사에 전혀 관심조차 없었다"며 "내가 뭘 먹고 사는지, 이혼을 했는지, 마음은 어떤지, 이런 건 대화의 소재가 되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첫 여성 대통령이기에 성공적으로 임기를 마치시길 누구보다 바랐는데, 반대파의 공격으로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며 "내가 그분 곁을 떠났다면 훌륭한 대통령으로 임기를 마칠 수 있었을까. 진작 떠나지 못한 나 자신이 후회되고 한스럽다"라고도 했다

◇“조국의 끊임없는 거짓말…국정농단 아닌 국정장악”

최씨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입시비리 의혹 등에 대해 '국정 장악'이라고 표현하며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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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씨가 오는 8일 출간하는 회고록 '나는 누구인가' /교보문고 캡쳐


최씨는 "지금 (구치소) 밖에서는 법무부 장관 후보 조국의 끝 없는 거짓말, 딸과 관련한 불법적인 것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며 "그런데 '아니다, 모른다'로 일관하는 그들의 힘은 과연 어디서 나오는지 부럽기까지 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건 국정농단을 넘어 국정 장악"이라며 "그 놀라움에 내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왜 그렇게 버티질 못하고, 왜 딸이 그렇게 당하고 쇠고랑까지 차면서 덴마크 현재 한국대사관 직원의 협박 공갈에도 침묵하고 있었는지 가슴이 터질 것 같다"고 썼다.

최씨는 "조국은 기자들이 집 앞에 있어 딸이 무서워한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 부성애는 오로지 자기 딸에게만 해당하는 것일 뿐 다른 집 딸은 안중에도 없었다"며 "기가 막히게도 조국이 딸 걱정에 눈물 흘릴 때 우리 딸은 경찰을 동원한 세무서의 압수수색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회고록 말미에 "요즘 코로나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애초에 중국으로부터 유입을 막았다면 이렇게 확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검찰의 울산시장 수사와 조국 사건 등이 묻혀 버렸다"며 "아예 검찰 조직을 모두 바이러스 전담반으로 만들어 그 사건들을 영원히 묻어버리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 “딸 너무 그립다…다음 생엔 나의 삶 살고 싶어”

최씨는 회고록에 구치소에서 쓴 일기들을 모은 '나의 옥중일기'를 40여 쪽에 걸쳐 실었다. 특히 딸 정유라 씨와 손자에 대한 애정과 연민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최씨는 "딸이 너무 그립고, 보고 싶다. 우리 어린 손자의 재롱도 보고 싶다. 혹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때는 오롯이 나의 삶을 살고 싶다"고 썼다.

또 “엄마를 보겠다며 일주일에도 몇 번씩 면회 오는 딸이 불쌍하다"며 "딸아이 앞에선 힘들다고 말할 수도, 몸이 아프다고 말할 수도 없다. 내가 힘든 모습을 보이면 금방 눈물을 흘리는 그 아이의 모습이 나를 더 괴롭히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강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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