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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동학개미 선택 기로···악재 삼킨 '돈의 힘' 언제까지? [머니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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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머니톡] 소소한 재테크와 생활경제 정보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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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코스피가 전장 대비 4.18포인트(0.19%) 오른 2151.18로 장을 마쳤다. 5거래일 연속 상승으로 장중 한때는 2190선을 넘기도 했다. 서울 명동 하나은행에서 직원들이 코스피 지수 등을 모니터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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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코스피가 2200선을 바짝 쫓으며 3개월여 만에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회복했습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가 전일 대비 4.18포인트(0.19%) 오른 2151.18로 장을 마쳤습니다. 5거래일 연속 상승으로 장중 한때는 2190선을 넘었는데요. 1430선까지 곤두박질쳤던 시절을 감안하면 저점 대비 약 50%의 급등세를 나타냈습니다. 주요국 증시 가운데 가장 높은 복원력을 놓고, 증권가에서도 당혹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금융시장과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를 비롯한 각국의 중앙은행과 정부가 전례 없는 무제한 양적완화에 나서면서 유동성이 증시를 지탱하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한국뿐 아니라 주요국 증시도 실물경제와 무관하게 랠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닛케이 신문은 전날 “코로나19로 인한 기업활동 정체, 미·중 대립, 미국에서 벌어지는 시위 등 모든 악재와 상관없이 주가가 오르고 있다”며 “코로나 버블이 발생했다”고 진단했습니다. 주요국 증시가 과열 양상을 보이는 것에 대해선 “초저금리가 만들어낸 슈퍼 과잉 유동성이 주된 원인”이라고 꼽았습니다. 그러면서도 닛케이는 개인 투자자들이 조정을 기다리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올해 말까지는 수급으로 시장이 좌우되는 상황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국내 금융시장도 외국인의 수급이 매수세를 이어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외국인의 수급을 결정하는 요인 중 하나인 달러가 약세를 나타내 '돈의 흐름을 바꾸는 신호'가 켜졌기 때문입니다.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한 달러 인덱스는 간밤 뉴욕외환시장에서 전날보다 0.46% 내린 97.25를 기록했습니다. 5거래일 연속 하락으로 3월 중순 이후 최저 수준입니다. 또 다른 안전자산인 금값도 하락해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반면 경기 지표를 선반영하는 구리 값과 유가는 반등하고 있는데요. 이런 현상이 계속된다면 외국인들이 이머징 마켓에 대한 투자로 이어질 수 있는 기회가 생깁니다. 기회를 ‘추세’로 만드려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실현돼야 합니다.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주로 사는 종목은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에 영향을 받는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등의 대형 수출주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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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에서 미국의 인종차별 항의 시위에 참가한 한 여성이 손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 AP·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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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3분기 경기 반등을 자신하지만, 코로나가 반영된 실물경제 성적표는 이제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치에 따르면 코로나19에 따른 수출 급감으로 지난 4월 경상수지가 9년3개월 만에 최대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고용시장은 이미 참사 수준인데다 ‘코로나 세대’라는 신조어까지 생겼습니다. 또 2차 코로나19 유행, 미·중 갈등, 미국 시위 등의 불확실한 정세와 한계 기업 문제 등을 감안하면 경기 하방 변수가 만만치 않습니다.

이에 따라 전망도 팽팽히 맞섭니다. 저금리로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만큼 유동자금이 당분간 주식시장에 머무를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과 2분기 기업실적이 나오면 조정기를 거칠 것이라는 예측이 맞서고 있습니다. 주가가 고평가되고 있는 것도 부담입니다. 다만 조정에 들어가도 코로나19 사태로 발생한 3월 '패닉장'은 재현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입니다. 이번 폭락장에 뛰어들어 저가 매수에 성공해 상당한 수익을 거둔 개인 투자자들은 차익 실현을 위해 팔거나, 장기 투자로 들어설지를 놓고 투자철학에 따라 선택을 하면 될 듯 합니다.

다만 펄펄 끓는 증시가 자산 가격 불평등이 심화되는 걸 가리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코로나 사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진행된 양적완화 이후 미국 사회에서 벌어진 부익부 빈익빈의 격차를 드러냈습니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조지 플로이드 사건 시위가 이를 상징하는 사건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흑인의 코로나 감염률은 백인에 비해 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병이 있는 데다 경제적 문제로 초기에 검사와 치료를 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코로나로 일자리를 잃었다고 답한 응답자도 백인에 비해 두배 이상 높아 향후 자산 격차는 더 커질 예정입니다.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을 계기로 세계 전역에서 인종차별을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미국에선 폭동으로도 번졌지만 뉴욕 증시는 황소장(강세장)을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월가(시장)에 양심은 없다. 투자자들은 그저 돈을 벌려고 할 뿐이다.” 미국 경제방송 CNBC의 앵커이자 투자전문가인 짐 크레이머의 논평입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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