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8 (일)

언택트 카드-카드 디자인의 신세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디지털 러버(digital lover). 현대카드에서 콕 집어 집중하는 고객층이다. 이들을 위해 지난 2월 출시된 카드의 외모는 몹시 수려했다. 마치 모던 아트 작품 같다. 언택트 시대를 사는 세대를 겨냥한 카드 디자인 중 주목해야 할 제품이다.

시티라이프

1 우주를 매개로 한 현대카드 디지털 러버의 네 가지 버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Jean Crush, Rusty Robot, Foggy Planet, Star Bomb. 2 디지털 네이티브의 생활을 묘사한 웹툰 작가 이상신, 국중록의 ‘my space’. 3 가스파드의 ‘선천적 디지털 러버’. 현대카드 디지털 러버를 이미지화하는 새로운 마케팅이다.


광활한 우주로부터 떨어져 나온 파편처럼 거칠고 독립적인 개성을 지닌 네 가지 버전은 모두 완성도가 높다. 우주라는 뿌리를 통해 하나로 엮인 이들의 피는 뜨겁다. 거친 메탈, 녹슨 쇳덩이, 유광과 무광이 혼재된 불규칙성, 기계의 속살 같은 것들로 우리를 미지의 세계로 보내 버린다. 하지만 몹시 새로운데도 격하게 튀지는 않는다. 유난스런 컬러를 전면에 내세우거나 잘난 척하는 타이포그래피로 목소리를 높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 네 형제 중 나만의 우주를 함께 유영할 동지는 과연 누구인가? 첫 번째 후보는 ‘진 크러시(Jean Crush)’. 거칠게 긁힌 듯한 메탈 시트다. 일명 ‘우주에서 떨어져 나온 쇳조각’. 무채색 첫인상의 차가운 도시 이미지는 우주를 탐험하던 시간의 흔적을 표현했다는 사연을 접하는 순간, 마음 속에 동화로 남는다. 두 번째 후보는 ‘러스티 로봇(Rusty Robot)’. 빈티지한 오렌지 컬러다. 부식되고 빛 바랜 로봇의 외피를 상징하는 디자인이다. 미지의 행성에서 유일한 위로가 돼 주었을 친구. 미래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아날로그 부적 같다. 세 번째 후보는 ‘스타 밤(Star Bomb)’. 행성이 폭발하는 장면을 우주선 안에서 마주했을 때, 인간의 동공 안에 박힌 우주는 아마도 이럴 것이다. 겉면에 유광과 무광 후가공을 더해 살아 있는 에너지를 표현하고자 했다. 네 번째 후보는 투명해 속이 들여다보인다. IC칩, 회로가 잡힐 듯하다. 이름은 ‘포기 플래닛(Foggy Planet)’. 가스와 안개로 뒤덮인 망망한 행성에서 이정표가 될 카드 한 장이다.

디자인적 상상력이 이 정도면 상 줘야 하는 거 아닌가 싶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면 역시 카드는 외모만으로 택할 게 아니다. 소비자의 선택은 무조건 혜택이다. 그래서 개성 있는 서비스를 탑재했다. 넷플릭스, 멜론, 유튜브 등 디지털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료를 할인해 준다. 간편 결제(삼성페이,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SSG페이, 스마일페이, 쿠페이)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결제 금액을 할인받을 수 있다. 디지털 러버를 대상으로 한 맥락 있는 서비스다. 하지만 이 디지털 네이티브들은 소비 회로 구축이 워낙 탄탄해 이 제안을 엄청난 혜택이라 느낄지 모르겠다.

이 신생 카드는 힙한 가수들과 방구석 디지털 음악회를 열고, 웹툰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카드 이미지를 홍보한다. 디자인만큼이나 남다른 행보다. 크러쉬, 제시, 그레이, 웹툰 작가 가스파드, 이윤창 등이 힘을 보탰다. 이들 리스트를 보면 현대카드가 추구하는 핵심 타깃은 몹시 구체적이다. 콘텐츠 소비에 꽂힌 디지털 네이티브다. 하지만 이들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점점 플레이트 카드의 존재 자체를 외면하는 세대기도 하다. 모바일 간편 결제가 익숙하기 때문이다.

완성도 높은 디자인에도 의문은 좀 남는다. 이 아름다운 자태에 크게 감동하는 이들이 오히려 아날로그 세대가 아닌지 싶어서다. ‘스타워즈’와 ‘스페이스 오딧세이’ 같은 향수 속 영화에 영감을 받았다는 카드 디자인. 40대 중반 이후가 이 디자인 감성에 공감이 빠를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성적 디지털 러버의 확장성을 감안한다면 이해 못 할 것도 아니다.

결론은 이렇다. 현대카드 디지털 러버의 디자인은 획기적이다. 플레이트에 이렇게 네 가지 버전을 적용하고, 각기 다른 후가공으로 고급스러움을 더한 카드는 현대카드가 아니면 시도할 수 없을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완성도는 최고다. 그 외의 부분은 소비자의 선택이 증명할 것이다.

[글 안성현(문화평론가) 사진 현대카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32호 (20.06.09)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