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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라임·코로나로 늦어지는 신한·하나금투 '초대형IB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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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사태 수습, ‘내실 우선’ 판단에 심사 신청조차 못해

주요 대형 증권회사들이 초대형 IB(투자은행) 신청을 계속 미루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메리츠증권 등 자본요건을 갖춘 곳들도 라임사태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때문에 초대형 IB 심사 신청을 내지 못한 상태다.

초대형 IB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증권사가 금융감독원에 신청하면 금융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최종 결정된다. 초대형 IB가 되면 자기자본의 2배(200%)까지 1년 만기 어음을 발행(발행어음 사업)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라임사태로 금융당국의 징계를 기다리는 처지여서 중징계를 받을 경우 초대형 IB의 꿈을 당분간 접어야 할 가능성도 있다.

조선비즈

서울 여의도 신한금융투자 본사. / 정해용 기자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8월 6600억원의 증자를 실시해 현재 자기자본은 4조2940억원이다. 초대형 IB신청을 위한 자본금 요건을 충족했지만, 10개월째 초대형IB 신청을 엄두도 못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거진 라임자산운용 사태가 걸림돌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신금투는 라임자산운용과 총수익스와프(TRS)계약을 9022억원 규모로 체결해 증권사 가운데 가장 많다. 라임에게 돈을 빌려줘 주식이나 채권 등을 대신 매수해준 것이다. 또 개인과 법인 고객에서 3248억원 규모(395개 계좌)의 라임펀드를 판매해 우리은행, 신한은행에 이어 3번째로 라임펀드를 많이 판매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 신금투에 대한 검사를 종료하고 현재는 제재심의위원회에 보고할 징계 수위를 논의 중이다. 신금투가 금감원으로부터 기관 중징계(기관경고, 업무정지, 인허가 취소)나 임직원 등 개인에 대한 중징계(문책경고, 직무정지, 해임권고)를 받을 경우 초대형 IB가 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금감원 관계자는 "법 위반으로 법원에서 벌금형 이상의 판결을 받거나 금감원의 중징계를 받으면 초대형 IB인가의 결격사유가 된다"며 "신금투가 금감원 중징계를 받으면 신청을 해도 인가를 받을 수 없는 처지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중징계로 결격사유가 발생하면 최장 5년간 초대형 IB가 될 수 없다. 이 때문에 신금투가 초대형 IB신청을 하려면 우선 금감원의 제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신금투 관계자는 "아직 초대형 IB신청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초대형 IB 신청을 위해 지난 3월 하나금융지주(086790)로부터 4997억원을 증자받은 하나금융투자도 초대형 IB신청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현재 하나금융투자의 자기자본은 4조337억원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증시가 급등락하는 등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기존 사업의 내실을 다지는 게 초대형 IB신청보다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해외 현지 실사 등을 거쳐 진행해야하는 기존 IB사업들이 코로나 사태로 대부분 중단되거나 연기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기존의 IB사업과 소매영업 부문의 살림을 잘 챙겨야할 정도로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시장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초대형 IB신청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메리츠증권도 초대형 IB신청을 위한 자본금 요건 4조원에 가까워진 곳이다. 지난 2일 2000억원의 증자를 실시했고 현재 자기자본은 3조9188억원이다. 그러나 이 회사도 추가 증자를 통한 초대형 IB신청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초대형 IB를 신청할 계획이었으면 이번 증자 규모를 조금 더 늘려 신청 기준인 자기자본 4조원을 넘겼겠지만 인위적으로 초대형 IB를 신청할 계획이 없다"라고 말했다.

증권업계의 관계자는 "초대형 IB로 선정되면 발행어음으로 대규모 자본을 조달해 다양한 사업에 도전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얻게 된다"며 "자본 요건을 충족한 일부 회사들은 내부 사정 등 피치 못한 이유때문에 신청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정해용 기자(jh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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