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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인하·서강대 등 시험 부정행위 사태는 이미 예고된 문제…”학생 양심에 맡겨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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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우려, 상당수 대학들 시험 온라인으로 진행 / 여러 대학에서 시험 공정하게 처리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제기 / 일각에선 감시 시스템 구축하기 보단 학생들을 믿고, 양심에 맞기는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와

세계일보

인하대학교 전경. 인하대 제공


인하대학교 의대에서 수십명의 학생들이 온라인 시험 부정행위에 가담한 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인하대 외의 학교에서도 부정시험에 대한 의혹들이 제기됐다.

이미 대학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을 방지하고자 온라인 수업을 개시했을 때부터 학생들 사이에서는 공정한 평가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만큼 대학 측의 준비가 미비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뉴스1에 따르면 인하대는 집단 부정행위를 저질러 물의를 일으킨 의대 학생 91명에 대해 지난 1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시험 성적을 0점 처리했다고 2일 밝혔다.

더불어 인하대는 적발된 학생들에 대해 담당교수 상담과 사회봉사를 명령하고 1학기 기말고사를 대면평가 방식으로 치르기로 했다.

부정행위에 가담한 학생들은 3월과 4월 사이 치러진 시험에서 여럿이 함께 모여 문제를 풀거나 SNS 등을 통해 정답을 공유했다.

이날 서강대의 경우 수학과의 한 수업에서 수강생들 여럿이 실습실에 모여 집단으로 시험을 치렀다는 정황이 드러나 학교가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이 수업에 대해서는 그동안 학생들로부터 부정행위가 발생했다는 제보가 이어졌고 이에 수업을 담당한 교수가 공지를 통해 부정행위로 의심할 상황을 확인했고 학교와 논의해 조처를 취하겠다며 수강생들에게 사과했다.

수업 공지사항을 통해 학생들에게 사과문을 올린 A교수는 "일단 부정행위가 공식화돼 학생회로부터 해당 학생에 대한 페널티를 요구하는 메일을 받았다"라며 "학교에서 정식으로 논의를 했고, 아마 학교에서 여러 가지 절차를 거쳐 페널티가 주어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같이 시험을 본 학생의 명단을 가지고 있었고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 중에 있다"라며 "학교에서 공식적인 결과가 나오면 다시 알려 드리겠다"고 밝혔다. 현재 해당 과목의 중간고사는 무효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강대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전부터 중간고사 부정행위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됐다. 이에 서강대 총학생회는 부정행위 의혹이 제기됐던 과목에 대한 조치를 학교 측에 요구하기도 했다.

인하대와 서강대 외에도 시험 부정행위 사태는 이미 예고된 문제였다. 코로나19의 확산 우려로 많은 대학들이 시험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면서 여러 대학들에서 시험이 공정하게 처리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실제 대학들이 온라인 수업을 시작한 3월 이후 학생들이 이용하는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시험을 대신 쳐주겠다는 글이나 함께 모여서 시험을 보자고 제안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혜지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평가의 공정성 부분이나 이런 것에 대해서 (학생들이) 요구를 계속하고 있다"라며 "다면 대면시험의 경우에도 안전의 우려가 있어 시험 방식에 대해 (학교가) 학생들과 논의를 통해 결정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대학생 새내기인 한모씨(20)의 경우 "교수들도 학생이 자료나 책을 보고 시험을 볼 것이라는 것을 이미 염두에 두고 있다"며 "공부를 해서 머리에 있는 것을 꺼내어 보는 게 시험인데 공부를 안 하고 베껴서 쓰는 게 의미가 있나 싶다"고 말했다.

더불어 한씨는 학생들이 교재를 뒤져 답을 찾는 방식을 막기 위해 응시 시간을 아주 짧게 단축해 시험을 본 과목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부정행위가 쉽게 벌어질 수 있는 객관식 시험을 피하고, 부정행위가 벌어지기 어려운 형태의 시험 문제를 출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변기용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3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부정행위를 통해 쉽게 베낄 수 없는 방법으로 시험 문제를 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변 교수는 "이제는 지식중심의 교육과정보다 역량중심의 교육과정을 더 강조하고 있다"며 "단순히 강의실에서 지식을 전달하고, 암기하는 것보다 배운 것을 활용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답안이 나오도록 시험문제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정행위가 발각될 경우 어떤 처벌이 내려질지 사전에 공지하고, 강한 처벌을 내려 학생들의 경각심을 일깨워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뉴스1에 "온라인 시험에서의 부정행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발각될 경우 어떤 처벌이 내려질지 사전에 공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중에라도 부정행위가 발각되면 해당 시험만 무효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유기정학과 같은 강한 징계를 내릴 수 있어야 한다"며 "객관식 시험으로 부정행위 발생의 소지를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온라인 시험도 오프라인 시험처럼 시험 시간을 짧게 하고, 답안을 손으로 작성토록 해 사진을 찍어 제출하게 하는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감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보다 학생들을 믿고, 양심에 맞기는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인천의 제물포고등학교의 경우 1956년부터 수십년간 '무감독 시험'이 전통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고등학생들도 윤리교육을 받는데, 대학생들이 점수에 연연해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것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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