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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손배 거부' 日전범기업에 법원 첫 공시송달... 국내 자산 강제매각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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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원 “해당 서류 수령해 가라”… 기간 경과하면 서류 송달로 간주
한국일보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에서 나부끼는 태극기와 법원 깃발. 김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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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관련 서류 수령을 전범기업이 거부하자 법원이 ‘공시송달’ 방식으로 전달하는 첫 결정을 내렸다. 압류 상태인 일제 전범기업들의 국내 자산 매각 절차에 속도가 붙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지난 1일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에 대해 채권압류명령결정정본, 국내송달장소 영수인 신고명령 등을 해당 법원에서 보관 중이니 수령해 가라는 내용의 공시송달 결정을 내렸다. 일본 전범기업 자산매각과 관련한 법원의 공시송달 결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시송달은 통상적인 방법으로 서류를 전달할 수 없을 때 법원이 해당 서류를 보관해두고 송달받을 당사자가 나타나면 언제든 교부한다고 게시하는 것이다. 포항지원이 정한 공시송달 기간은 오는 8월 4일 0시다. 이 기간이 경과하면 해당 서류가 송달된 것으로 간주, 압류상태인 일본제철의 국내 자산에 대해 현금화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앞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씨 등 7명은 2018년 대법원에서 승소 확정 판결을 받아 일본제철이 포스코와 함께 설립한 제철 부산물 자원화 합작회사 PNR의 주식 19만4794주 등을 압류했다. 압류된 PNR 주식의 가치만 액면가(5,000원) 기준 9억7,300여 만원이다.

이씨 등은 이어 포항지원을 비롯해 울산지법과 대전지법에 압류된 재산을 현금화 해달라는 신청을 각 법원에 제기했다. 이중 포항지원은 압류 결정을 일본제철에 송달하는 절차를 시작했지만 지난해 일본 외무성은 해외송달요청서를 수령하고도 아무런 설명 없이 관련 서류를 반송했다. 법원은 재차 보냈지만 일본 외무성은 10개월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절차적 하자를 방지하기 위해 서류 송달을 기다렸던 법원은 강제징용 피해자 대부분이 고령인 점을 감안해 공시송달 결정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현금화 명령 전에는 채무자 심문이 원칙인데, 포항지원은 이미 일본제철에 60일 이내 서면 의견서를 제출하라는 심문서도 보낸 상태다. 역시 송달 여부를 알 수 없어 심문서에 대해서도 곧 공시송달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강제동원 피해자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해마루의 김세은ㆍ임재성 변호사는 “강제동원 피해자가 생존해있는 동안 집행절차가 마무리될 수 있도록 신속히 공시송달 결정을 내려달라고 법원에 수차례 요청했다”며 법원의 이번 결정을 환영했다. 이어 “다만 주식압류명령결정이 나오고 1년 5개월이나 지난 후 공시송달이 이뤄져 아쉬움도 있지만 이후 절차는 신속하게 진행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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