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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질질 끄는 월성 1호기 감사… 감사원은 두 달째 “진행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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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제출시한 넘기고도 차일피일 / ‘탈원전’ 기조 정부 눈치보기 지적 / 일각 “감사원장·위원간 성향차 탓”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와 관련한 감사원 감사 결과가 늦어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월 발표됐어야 할 감사 결과가 수개월째 표류하고 있어서다. ‘탈원전’ 기조를 앞세운 문재인정부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세계일보

경북 경주의 월성원전 1호기. 세계일보 자료사진


3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감사원은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이 저평가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그동안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을 놓고 오락가락했다. 월성 1호기는 2012년 설계 수명이 끝날 예정이었지만 한수원은 2009년 5900억원을 투입해 노후 설비를 교체하는 등 안전성을 강화했다. 2015년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022년까지 월성 1호기를 연장 가동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한수원은 또 2018년 초 자체 분석 보고서에서 월성 1호기를 정지하는 것보다 계속 가동하는 것이 3707억원 이득이라고 평가했다. 그런데 2018년 4월 정재훈 한수원 사장이 취임하고 나서 원전을 경제성 등이 없다는 이유로 조기 폐쇄 결정했다. 이병령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은 “정재훈 한수원 사장이 취임한 지 두 달 만에 한수원이 갑자기 ‘경제성이 없다’면서 조기 폐쇄를 결정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는 지난해 9월 감사원에 한수원 결정의 타당성 여부를 따져 달라는 감사를 청구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감사원은 감사 요구를 받은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감사 결과를 국회에 제출해야 하고 최대 2개월 더 연장할 수 있다. 지난 2월이 제출시한이었지만 감사원은 그때까지 실무적인 감사 절차도 끝내지 못했다. 감사원 실무진은 지난 4월 초 감사보고서 초안을 감사위원회에 보고했다. 감사위원회는 4·15총선 직전 감사보고서 의결을 위한 회의를 세 차례 열었다. 당시 최재형 감사원장 등이 포함된 감사위원회는 미비한 점이 많다면서 보류 결정을 했다.

세계일보

감사원. 연합뉴스


이후 두 달여가 지났는데도 감사보고서가 나오지 않자 뒷말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결론이 난 사안을 두고 감사원이 시간을 끌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관계자는 “감사원장의 강력한 지시로 이뤄진 재보완 조사 과정에서 감사원이 한수원을 강도 높게 조사하고 있다”면서 “경제성 평가에서 조작된 부분이 있다는 보도가 나온 만큼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산업통상자원부의 관련 국·과장에게 징계를 내려야 한다는 식의 감사원 결과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늦어도 이달 안에는 발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는 “사안이 복잡하기 때문에 아직 감사가 진행 중이고 결과보고서가 나오지 않은 상태”라며 “확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 감사원장과 여권 성향 감사위원들의 의견이 엇갈려 발표를 미루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한 감사위원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그 내용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변을 거부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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