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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왜냐면] 남북이 무조건 만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열자 / 정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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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정진호 ㅣ 한동대 통일한국센터 교수·유라시아 원이스트씨 포럼 회장

2017년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과 핵무력 완성 선언으로 북한은 순식간에 국제사회 이목의 중심이 되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강경대응 방침과 맞물리며 한반도는 한때 전쟁 위기의 먹구름에 휩싸이는 듯했다. 하지만 2018년 4·27 판문점회담이 성사되면서 남과 북이 서로 가까워지고 남북 경협 분위기가 조성됐다. 70년 분단의 질긴 쇠사슬을 끊어낼 수 있다는 희망도 잠시,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실패로 좌절과 실망의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

그 와중에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졌다. 코로나19 상황은 이번엔 한국을 전세계 이목의 중심으로 끌고 왔다. ‘케이(K)-방역’으로 상징되는, 한국인들이 보여준 놀라운 연대와 희생, 자발적 참여로 뒷받침되는 자유민주주의의 성숙한 시민의식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시되고 있다.

사실 코로나19가 가져온 한반도 주변의 국제지형 지각변동이 녹록지는 않다. 미-중 패권전쟁은 더 날을 세우고 있다. 두 나라는 이제 세계를 상대로 줄세우기 경쟁에 돌입할 것이다. 유럽연합(EU)의 많은 국가들조차도 중국이냐 미국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일 것이다. 분단의 가해자이자 엄청난 수혜자인 한반도 주변 4대 강국은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신냉전체제를 유지함으로 분단을 고착시키려 할 게 뻔하다.

하지만 남과 북이 서로 연대해 하나로 만나기 시작한다면, ‘포스트 코로나’ 이후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는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남북이 하나 된 ‘포스트 코리아’는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좀 더 많은 지렛대를 가지고 등거리외교를 펼칠 수 있다. 북한이 미국과 대화를 시작하며 몸값을 올렸듯이, 한국 역시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얼마든지 몸값을 올릴 수 있다. 남쪽의 경제력과 풍성한 문화적 역량이 북쪽의 풍부한 지하자원 및 관광자원과 만나고, 남북의 세계 최고 수준의 인적 자원이 교류를 시작한다면 21세기를 사로잡는 신흥대국 코리아가 역사의 무대에 등장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판 뉴딜은 남쪽만이 아닌 한반도 전체를 아우르는 뉴딜이 됐으면 좋겠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새로운 디지털경제 모델로 북한이 원하는 ‘단번 도약’의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가치와 이점을 함께 나누고 누리는 뉴딜이 남과 북의 상생의 길이며 또한 일자리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는 위기가 아니고 기회다. 그러기 위해선 이제 남북이 만나야 한다. 그동안 야당의 방해로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는 정부 여당의 변명은 총선에서의 대승으로 통할 수 없게 됐다. 정부 여당한테 결단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언제까지나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여 눈치 보는 민족으로 살아갈 것인지, 당당한 통일 코리아의 하나 된 민족으로 21세기 중심국가로 부상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북한도 이 선택과 결단에서 자유롭지 않다. 북한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는 북-미 수교와 북-중 공조에 있지 않다. 동서독이 서로 왕래하며 도왔던 것처럼, 먼저 휴전선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만들어 경협의 시대와 상생의 나라를 만드는 데 나서야 한다. 그것이 북한이 그토록 견지하려고 애썼던, 외세에서 벗어난 ‘주체적인 나라’를 만드는 첩경이 될 것이다. 그때 비로소 북-미 수교도 당당하게 이뤄갈 수 있다. 남과 북, 북과 남 두 지도자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먼저, 6·15 공동선언 20주년을 맞이해 ‘민족자결권’을 선언하자. 남북 경협의 시대를 당사자인 남과 북이 함께 열어가자. 철길과 개성공단을 다시 열자. 동해상에서 물길을 먼저 열어 관광부터 시작하자. 금강산에 남쪽 사람이 찾아가듯 독도와 울릉도에도 북쪽 사람들을 오게 하자. 지중해를 중심으로 한 유럽의 시대가 있었고, 태평양을 중심으로 한 미국의 시대가 있었다면, 이제 동해가 세계 역사의 중심이 되는 한동해(One East Sea) 시대를 열어가자. 또한 우리가 유라시아 대륙을 향해 뻗어갈 뿐 아니라, 유라시아가 동해로 몰려드는 그런 나라를 후대에 물려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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