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92)의 기자회견으로 정의연대와 정대협의 부실 회계 등이 크게 공론화됐지만 그 이전부터 학계 등에선 정대협에 대한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2004년 고(故) 심미자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33명은 '세계평화무궁화회' 명의로 낸 성명에서 "위안부할머니들을 팔아서 자신들의 잇속만 채운 사람들의 집단이며 위안부할머니들을 두 번 울린 사람들"이라며 정대협을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 2013년 박유하 세종대 교수가 출간한 '제국의 위안부-식민지 지배와 기억의 투쟁'에도 정대협의 활동을 비판하는 내용이 다수 담겨있다. 박 교수는 지난달 26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이들(정대협)을 지지한 건 할머니가 아니라 운동자체"라며 "그 결과로 운동은 세계규모가 됐지만 할머니들은 소외됐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박 교수는 지난달 31일 페북글에서 "이미 많은 분들이 아시는 것처럼 나는 15년 전부터 정대협의 운동방식을 비판해 왔다"며 "이번에 많은 분들이 나를 떠올려 주신 것 역시 그런 문맥에서였다고 이해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과거 자신의 책에서 "위안부 문제가 한국 사회에서 커다란 관심을 얻고 그에 따른 힘을 얻으면서 정대협은 권력화됐다"며 "'정대협의 생각'과 다른 말을 하는 이들은 단순히 비판받는 정도를 넘어 '민족에 대한 사죄'를 해야 할 만큼 그 힘은 절대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또 "정대협이 일본의 '사죄와 보상'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사죄와 보상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여겨왔다"며 "이제까지 20년 넘게 오로지 소수의 관계자들의 생각이 위안부 문제를 결정짓고 한일관계를 좌지우지했다"고 비판했다.
이 할머니가 반감을 드러낸 '성노예' 호칭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책 속엔 "정대협도 1990년대 초 '정신대 문제에 사과하라'고 말하는 등 정신대를 위안부로 착각했고 자신들의 그런 혼동 사실을 단 한 번도 공식적으로 밝힌 적도 없다"며 "'성노예'란 호칭은 '위안부'의 전부가 아니며 그럼에도 '성노예'라 부르는 건 피해자들이 가졌던 인간으로서의 긍지를 부정하는 일"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소녀상은 위안부 자신이라기보단 '20여년의 데모'와 운동가가 된, 정대협의 이상을 대변하는 상"이라며 "평화가 아닌 불화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제국의 위안부'는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 등으로 표현했다며 논란이 돼 출간 10개월여 후인 2014년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했다. 2017년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2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은 후 현재 대법원에 3년째 계류 중이다.
[김금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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