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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이제 탱크톱ᆞ마이너스 유가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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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전문가 IHS마킷 로저 디완 부사장 전화 인터뷰

미 경제활동 재개, 중 소비 빠르게 회복하고 있는 중

2차유행 없다면 원유시장 3단계에 걸쳐 정상화한다

1단계는 올 2분기...소비 급감에 맞춰 생산 급감해

2단계는 올 3분기~내년 상반기..불안정한 균형 시기

3단계는 내년 하반기 이후..수요가 코로나 이전과 비슷해져

국제유가(WTI)가 최근 한 달 사이 80% 이상 반등했다. 한국시간 3일 오전엔 배럴당 37달러 선을 넘어섰다. 국내 원유선물 연계 상장지수증권(ETN) 투자자는 이제 ‘탱크톱(저장고 포화상태)’이나 마이너스 유가 등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걸까.

중앙일보

IHS마킷 로저 디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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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궁금증을 안고 미국 뉴욕에 머무는로저 디완 IHS마킷 부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25년 동안 국제 원유시장뿐 아니라 유전개발, 에너지 부문 금융상황 등을 분석해온 베테랑 애널리스트다.

Q : 지난달(5월)엔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 가격이 마이너스로 곤두박질하지 않았다.

A : “미국 원유 재고가 예상만큼 빠르게 늘어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유선물 투자자들이 탱크톱을 두려워해 포지션을 마이너스 가격에 정리하지 않았도 됐다.”

Q : 이제 원유 투자자들이 탱크톱은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가.

A : “이제 할 필요 없을 듯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급감했던 원유 소비도 되살아나고 있다. 미국이 경제활동을 재개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소비가 현재 생산된 원유를 다 소비할 만큼은 아니다. 다만, 탱크톱 리스크는 상당히 낮아졌다.”

디완의 말대로 글로벌 원유 소비가 눈에 띄게 회복하고 있다. IHS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의 기름 소비가 2월 저점에 이른 뒤 되살아났다”며 “4월 소비가 한 해전 같은 달의 89% 수준에 이르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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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위 유조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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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유행이 국제 원유시장 최대 변수



Q : 이제 글로벌 원유시장이 정상화하는가.

A : “중요한 변수가 하나 남아있다. 바로 코로나의 2차유행(second wave)이다. 2차유행이 (과거 전염병 사태처럼) 발생하면 사람들의 활동이 다시 줄면서 기름 소비가 다시 감소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다만, 2차유행이 없다면, 나는 3단계에 걸쳐 글로벌 원유시장이 정상화할 것으로 본다.”

Q : 1단계는 언제까지인가.

A : “올해 2분기다. 이 시기에 국제유가 추락하면서 원유생산의 조정(Crash Correction)이 이뤄진다. OPEC+(석유수출 23개국 협의체)의 감산과 미 셰일회사의 자체 유정폐쇄 등이다. 수요는 저점에서 서서히 늘어난다.”

Q : 올 여름 이후는 어떨까. 여름철은 기름 소비가 줄어드는 시기인데.

A : “원유시장이 적시(just-in-time) 상태를 보일 전망이다. 생산된 기름(재고 제외)이 그때그때 소비되는 단계다. 불안정한 균형이다. 난 이 시기를 두 번째 단계라고 부른다. 올 3분기에서 내년 상반기까지다.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한 변수는 코로나 전염상황과 백신ᆞ치료제 개발 여부 등이다.”
중앙일보

국제유가(WTI), 마이너스 충격에서 거의 회복.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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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수요는 내년 하반기에 코로나 이전 98% 정도 회복



Q : 그러면 세 번째 단계는 언제부터인가.

A : “내년 하반기 이후다. ‘구조적 회복(Structural Recovery) 단계’라고 부르는 기간이다.”

Q : 말을 잘라 미안한데, ‘구조적’이란 말은 무슨 뜻인가.

A : “원유 재고량이 줄어든 상태가 이어지면서 수요와 공급이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단계란 뜻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2차유행이 없어야 한다.”

Q : 세 번째 단계에 기름 소비가 어느 수준에 이를까.

A :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의 96~98% 정도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단계까지 국제유가 흐름은 아주 변덕스러울 것이다. 그런데 2차유행 없이 예상대로 수요가 살아나기 시작하면 또 다른 리스크가 싹틀 수 있다.”



“미 셰일회사, 자금난 때문에 원유채굴 재개가 쉽지 않아!”



Q : 어떤 불확실성일까.

A : “원유 소비가 빠르게 늘어나는 반면, 생산 증가는 더딜 수 있다. 생산과 소비 증가 속도가 엇박자를 보일 수 있다.”
중앙일보

미국 셰일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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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미국 셰일유전은 비교적 빠르게 채굴을 다시 할 수 있는 것으로 아는데.



A : “요즘 채굴을 중단한 셰일유정을 재가동하기 위해선 돈이 있어야 한다. 요즘 셰일업계 자금이 말랐다. 코로나 사태 이전엔 셰일회사가 내놓은 (투자부적격) 채권이 잘 팔렸다. 지금은 아니다.”

Q : 연방준비제도(Fed)가 그렇게 많은 돈을 퍼붓고 있는데도 그런가.

A : “그렇다. 셰일회사가 돈을 빌리지 못해 자체 자금만으로 원유와 가스를 겨우 생산하고 있다. 셰일회사들이 돈을 원활하게 조달하지 못하면, 기름 소비가 늘어난 만큼 생산하지 못할 수 있다.”

Q : 공급부족 사태(supply shock)가 발생할 수 있다는 말로 들린다.

A : “내년 하반기에 수요가 가파르게 늘면 이후 3~5년 사이에 공급부족이 현실이 될 수 있다.”

Q : 한국이 주요한 원유 수입국인데, 오일쇼크를 겪을 수 있다는 말인가.

A : “국제유가가 한국 경제성장을 가로막을 만큼 급등할 것 같지는 않다. ”
■ 로저 디완

프랑스 소르본느대를 졸업한 뒤 미국 존스홉킨스대와 프랑스 파리정치대학에서 국제관계(석사)를 공부했다. 그는 정치와 경제 변수가 동시에 작용하는 글로벌 원유시장을 가장 오래 분석한 애널리스트 겸 컨설턴트로 꼽힌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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