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 혐의를 받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2일 오후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부산 동래경찰서 유치장을 나와 차량에 탑승해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집무실에서 여직원을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구속을 피하기 위해 영장실질심사에서 "기억은 나지 않지만 혐의는 인정한다"는 '인지부조화' 주장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오 전 시장 측은 전날 부산지법에서 열린 영장심사에서 추행 방법이나 경위 등 사건 당시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변호인은 "자신한테 불리한 건 기억하고 싶지 않고 실제 안 했다고 믿는 인지부조화 현상일 뿐 혐의를 부인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인지부조화는 스스로 믿는 것과 실제로 보고 겪은 것이 일치하지 않을 때 생기는 불균형 상태를 말한다. 피해자 말이 다 맞고 성추행 범행은 인정하지만, 구체적 경위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오 전 시장은 실제로 영장심사에서 "집무실에서 왜 그랬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고의성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 전 시장 측이 사건 경위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으면서도 혐의를 인정한다고 하는 것은 구속을 피하고 향후 재판 과정을 고려한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증거가 확보된 상황에서 혐의를 부인하기보다는, 계획적인 범행이 아니라 우발적인 순간의 실수였다는 것을 내세워 구속을 피하려 했을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반성이 없고 진정한 자백도 아니다. 계획적인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증거가 모두 확보됐고 불구속 수사 원칙에 따라 구속 필요성이 없다며 오 전 시장에 대한 영장을 기각했다.
그러나 오 전 시장 측의 이 같은 주장은 지난 4월 23일 사퇴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내용과 배치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오 전 시장은 사퇴 회견 당시 "5분 정도 짧은 면담에서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했고 이것이 해서는 안 될 강제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 했다. 당시만 해도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불과 한 달여만에 '구체적 경위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을 뒤집은 것이다.
[부산=박주영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