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사안 중대하나 범행 시인"
여성계 "법원 성인지 감수성 부족"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2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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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완 기자] 집무실에서 부하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피해자를 보호하고 있는 부산성폭력상담소가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부산성폭력상담소 등 전국 200여 개 여성·시민 단체 연합체인 '오거돈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는 2일 보도자료에서 "고위공직자의 성폭력 사건에 대하여 재판부의 성인지 감수성을 기대했던 것이 잘못이었던가"라며 "시대가 변화하고 있는데 법원은 여전히 변화하고 있지 않다"라고 비판했다.
상담소는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한 판사가 이 사안에 대해서 국민에게 던진 대답은 '힘 있고 돈 있는 사람은 비록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더라도 구속에 대한 걱정 없이 재판을 받을 수 있다'라는 것"이라며 "권력에 의한 성폭력 범죄를 예방하고, 공직의 무거움을 알리는 이정표를 세울 기회를 법원은 놓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는 지금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2차 가해로 괴로워하고 있으며 언제 다시 자신의 근무 장소로 안전하게 복귀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피해자는 아직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했는데, 가해자만 구속이 기각된 채 일상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대한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자가 불구속 재판을 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초범이라는 등의 이유로 가벼운 솜방망이 처벌로 이어질까 두렵다"며 법원의 결정을 거듭 비판했다.
끝으로 "피해자가 밝혔듯이 가해자는 법적 처벌을 받는 명백한 성범죄를 저질렀다"며 "가해자가 사퇴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가 미친 사회적 파장은 너무나도 크다. 고위공직자일수록 더욱 엄중하게 죄를 다스려 공권력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점을 법원은 간과했다"고 강조했다.
김규리 부산여성단체협의회장은 "권력형 성추행은 지독한 범죄인데 사안의 중대성이 제대로 다뤄졌는지 의문"이라며 "여성계에서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정중한 사과도 받은 적도 없고 너무 흐지부지 넘어가는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부산지법 영장전담인 형사1단독 조현철 부장판사는 이날 "오 전 시장이 범행 내용을 인정하고 있고 증거인멸 등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장 기각 결정을 내렸다.
조 부장판사는 "범행 장소와 시간, 내용, 피해자와의 관계 등에 비추어 사안이 무겁다 할 수 있으나 증거가 모두 확보되고 오 전 시장이 범행 내용을 인정하고 있다"며 "일정한 주거와 가족 관계, 연령 등에 비춰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에 따라 오 전 시장은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게 된다.
한편 오 전 시장은 지난 4월 초 업무 시간 중 집무실로 여직원을 호출해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수완 기자 su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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