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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방역 허술해도 ‘별 따기’ 쿠팡 알바가 씁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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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물류센터 대다수가 비정규직

당장 생계 급한 사람들 몰려들어

다음날 입금·비교적 저강도 노동

일용직 하루 일해도 4대 보험 보장

“쿠팡만한 일터 없는 현실 보여줘”


한겨레

코로나19 환자가 집단으로 발생한 경기 부천 쿠팡 물류센터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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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일자리를 잃거나 소득이 감소한 노동자들은 왜 ‘쿠팡’으로 몰렸을까?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한 쿠팡 부천 물류센터에서 근무한 노동자 3600여명 가운데 절대다수는 일용직 및 계약직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일용직 일자리에 견줘 업무강도 대비 ‘괜찮은 급여’에, 하루만 일해도 4대 보험 가입이 가능하다는 점까지 겹쳐 쿠팡 물류센터 알바는 두세차례 신청해도 떨어지기 일쑤일 정도로 인기였다고 한다. 유튜브나 블로그 등에선 ‘쿠팡 물류센터 알바’를 ‘꿀알바’로 소개하는 후기도 적지 않다.

거리두기 등 기본적인 방역수칙도 지켜지지 않았던 고위험 사업장 쿠팡 물류센터가 이렇게 인기라는 건, 역설적으로 고된 노동의 대가가 최저임금에 그치고 고용보험조차 가입할 수 없는 열악한 일터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자신을 서울 명동 등에서 도매업을 하는 ‘42살 사장’이라고 소개하는 유튜버 ‘50만달러빚의사나이’는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끊기면서 2월4일부터 쿠팡 물류센터 알바를 시작했다. 그는 4월에 올린 영상에서 “가장 큰 거래처가 (코로나19로) 17년 만에 반품을 가져왔다”며 전에도 했던 쿠팡 알바를 다시 하게 됐다고 했다. 건설 일용직이나 타사 물류센터 근무도 해봤지만 그는 “일당 외에 4대 보험이 빠져서(가입돼 추후 실업급여 등을 탈 수 있어) 실질적으로 인력사무소 일당보다 쿠팡이 낫다”고 자신이 이곳에서 일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근무 다음날 일당이 바로 입금된다는 것도 급전이 필요한 노동자들이 쿠팡을 찾는 이유다. 지역·업무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시급도 대체로 최저임금보다 몇백~몇천원 많고, 주당 15시간 일할 경우엔 주휴수당도 지급한다. 저녁 7시부터 이튿날 새벽 4시까지 일하는 야간조는 밤 10시 이후 시급의 1.5배를 주기도 한다. 게다가 물류센터는 똑같은 물류 관련 알바 중에서도 쌀, 생수 등 무거운 짐을 들어야 하는 상하차 작업과 달리 물건 담기, 포장 등이 중심이라 업무강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특별한 ‘스펙’도 요구되지 않는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쿠팡 물류센터 알바의 인기는) 노동조건이 워낙 열악한 다른 곳과 비교해 그나마 상대적으로 나았기 때문”이라면서도 “근무자 3600여명 가운데 (정규직인) 관리직이 100명도 안 됐다는데, 성장세를 타고 있는 기업의 고용모델이 이토록 불균형한 것이 바람직한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남신 서울노동권익센터 소장은 “코로나19로 더 큰 이익을 얻게 된 게 쿠팡인데, 그 이윤의 근간은 이 위기로 불안정한 고용에 내몰린 사람들”이라며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작업모 등을 돌려쓰고, 마스크 착용 같은 기본 방역수칙도 지켜지지 않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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