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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이렇게 힘든 적은 처음“ 서울 상점 매출 넉달새 3조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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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역 가게 매출액, 전년비 3조 2000억원↓

코로나 사태로 외부인 서울 유입 감소한 탓

재난지원금 사각지대 목소리도

"외국인 대상 가게는 효과 없어"

중앙일보

2일 오후 서울시 중구 명동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감소하면서 거리가 한산해졌다. 윤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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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아예 오지를 않아서 정말 어떡해야 할지 감도 안 잡혀요.”

2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에서 20년째 옷가게를 하는 김미도씨(55ㆍ가명)는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김씨의 가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국내 손님들의 발길도 끊겼기 때문이다. 하루 매출 10만원조차 요즘은 꿈같은 이야기라고 한다. 지난해 이맘때 이 가게의 하루 매출은 300만원에 달했단다.

김씨는 “20년 넘게 장사를 하면서 이렇게 어려웠던 적은 처음”이라며 “한참 전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중국인 관광객이 들어오지 않았을 때조차 이 정도로 매출이 안 나온 적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용산구 이태원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달 초 이태원 클럽 발(發) 지역감염으로 손님이 끊기며 매출이 절반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A씨가 운영하는 음식점은 확진자가 드나든 클럽 중 하나가 불과 몇 걸음 안 되는 장소에 있었다.

A씨는 “그나마 재난지원금을 쓰려고 오는 사람들이 있어 매출이 지난달보다는 조금 올랐다”면서도 “돈을 쓰려면 사람들이 이태원으로 와야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해 방문을 안 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서울 내 상점 매출 전년 동기대비 3조 2000억원 감소



중앙일보

2일 오후 서울시 중구 명동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감소하면서 거리가 한산해졌다. 윤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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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으로 서울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유동인구가 줄면서 매출도 덩달아 감소한 탓이다. 서울시 분석 결과 코로나19 사태 이후 서울 내 요식업계와 백화점 등의 매출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와 서울연구원은 2일 빅데이터(Big Data)를 기반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한 지난 4개월(2월 10일~5월 24일)간 서울 소재 상점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에 위치한 상점 전체의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3조 2000억원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한식업이 전년 동기대비 7407억원의 매출이 줄어 가장 많이 감소했다. 이어 백화점(3370억원), 기타요식업(3057억원), 학원(2510억원), 의류업(2199억원) 순으로 큰 감소액을 기록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조금씩 진정되면서 상인들의 매출도 회복세에 들어섰다. 4월 말(4월 20~26일)부터 매출감소액이 조금씩 줄어 5월 셋째 주(5월 18~24일)에는 전년 동기대비 매출이 353억원(1.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인구 유입 감소…"코로나로 직장·쇼핑 목적 유입 줄어든 것"



중앙일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을 찾는 이들이 줄어들면서 거리가 한산해졌다. 윤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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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상점의 매출이 급격히 떨어진 것은 유동인구가 줄어든 탓이 크다. 특히 다른 지역 인구가 서울로 이동하지 않으면서 생활인구(특정 지역·시점에 존재하는 모든 인구의 집계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음식점과 가게 등에서 소비 활동이 일어나지 않아 가게의 매출 감소로 이어진 것이다.

서울시와 KT가 공공빅데이터와 통신데이터 등을 이용해 지난 4개월간 생활인구를 분석한 결과, 다른 시ㆍ도에서 서울로 유입되는 인구는 주중과 주말 모두 코로나 사태 전보다 많이 감소했다. 이 기간 서울의 유입인구는 지난 1월 평균인 179만 3000명(주중)과 150만 6000명(주말)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주말에 서울을 방문하는 생활인구의 감소 폭이 컸다. 정부가 2월 23일 감염병 대응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한 이후 첫 주말인 2월 29일과 3월 1일 서울의 생활인구는 84만명에 그쳤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1월 평균의 절반가량(55.9%) 수준이다.

서울시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직장, 학업, 의료, 쇼핑 등의 이유로 서울 밖 거주 인구 유입이 감소한 것”이라며 “국가 간 이동도 제한되면서 관광, 비즈니스 목적이 단기 체류 외국인이 국내에 방문하지 않으면서 서울의 생활인구가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단기 체류 외국인 급감…“외국인 장사는 재난지원금 효과 없어”



코로나19로 국내 외국인 방문도 줄어들면서 명동과 이태원 등 외국인을 상대로 매출을 올리는 가게들의 사정은 더욱 나빠졌다. 실제로 관광ㆍ사업목적 단기 체류 외국인은 2월 말부터 점차 감소해 지난 5월 첫 번째 주말 국내로 들어온 외국인은 전년 동기대비 절반 이상(66.5%) 줄어든 6만 4000여명을 기록했다. 코로나 사태 이전인 올해 1월 기록(19만 1000명)의 33.5% 수준에 머무른 수준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지급한 재난지원금의 사각지대도 생겨나고 있다.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이 아닌 외국인을 상대하는 이태원과 명동의 가게들의 경우가 그렇다.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김명훈(59)씨는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가게들은 재난지원금 지급 효과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몇 달 전부터 인근에 쇼핑하는 외국인들이 눈에 띄게 줄어든 탓에 매출이 전혀 잡히지 않는 가게들도 흔해졌다”고 전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외국인이 주 수입원인 명동이나 클럽 발 감염 우려가 높은 이태원은 재난지원금 지급 효과가 크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런 업종을 상대로 금리 지원이나 금융자금 지원의 접근성을 더욱 높이는 방향으로 지원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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