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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오거돈 구속영장 기각…여성단체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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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시간에 집무실에서 부하 직원을 강제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사진)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부산지법 조현철 형사1단독 부장판사는 강제추행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오 전 시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고 2일 밝혔다. 이에 앞서 오 전 시장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한 조 부장판사는 "범행 장소, 시간, 내용, 피해자와 관계 등에 비추어 사안이 중하지만 불구속 수사 원칙과 증거를 모두 확보해 구속 필요성이 없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어 "피의자가 범행 내용을 인정해 증거 인멸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도망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 오 전 시장 측은 성추행 사실은 인정하지만 구체적인 범행이나 말에 대해서는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또한 오 전 시장이 본인 태도와 행동이 일관되지 않고 모순되어 양립할 수 없는 상태인 '인지부조화' 상태라며 범행의 우발성을 주장했다.

반면 검찰 측은 오 전 시장이 피해자를 집무실로 부른 이유와 일련의 행동, 말 등을 미뤄 범행이 계획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오 전 시장은 지난 4월 초 업무시간에 집무실에서 부하 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부산경찰청은 구속영장 기각과 관계 없이 오 전 시장을 상대로 다른 의혹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엄정하게 수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부산 여성계와 시민단체는 강하게 반발했다. 부산성폭력상담소를 주축으로 한 전국 200여 개 여성·시민단체 연합체인 '오거돈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고위공직자 성폭력 사건에 대해 재판부의 성 인지 감수성을 기대했던 것이 잘못이었던가"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권력에 의한 성폭력 범죄를 예방하고, 공직의 무거움을 알리는 이정표를 세울 기회를 법원은 놓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김규리 부산여성단체협의회장은 "권력형 성추행은 지독한 범죄인데 사안의 중대성이 제대로 다뤄졌는지 의문"이라며 "여성계에선 이번 사안과 관련해 정중한 사과를 받은 적도 없고, 흐지부지 넘어가는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고 했다.

안일규 부산경남미래연구원 사무처장도 "'공인'이고 집권당 출신 '정치인'이라는 점 때문에 도주 우려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영장 기각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겠나 생각하는데 일반인과 비교해서 상당한 특혜를 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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