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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코로나 시대에 극장이야말로 가장 안전하게 위안 느낄 수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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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들꽃영화상’ 공로상 받은 전국예술영화관協 최낙용 대표 / 감염 확산으로 극장가 타격 크지만 / 소규모 독립예술영화관에는 더 가혹 / 최소 1년 운영하도록 긴급 자금 필요 / 상업성 외 예술 기능의 영화도 있어야 / 관객·시민·정책자 등 필요성 인정 절실 / 영화인들 독립영화관 지키기 운동에 / 자발적으로 많이 참여해줘 감사할 뿐 / 文대통령도 가끔 영화 봐 주셨으면…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광주극장, 대전아트시네마, 동성아트홀, 씨네아트 리좀, 아트나인, 아트하우스 모모, 안동중앙아트시네마, 에무시네마, 영화공간주안, 추억극장 미림,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KU시네마테크, 필름포럼, 헤이리시네마….”

올해 제7회 들꽃영화상 공로상을 받은 전국예술영화관협회의 최낙용(56) 대표는 지난달 22일 시상식에서 협회 회원사인 전국의 15개 독립예술영화관을 호명하는 것으로 수상 소감을 대신했다. 내년 이맘때에도 하나도 빠짐없이 운영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극장가에서도 소규모 독립예술영화관들에 더 가혹하다.

세계일보

지난달 29일 예술영화 전용관 아트하우스 모모가 있는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ECC에서 만난 최낙용 전국예술영화관협회 대표는 “관객과 시민, 정책 결정자들이 독립예술영화관의 존재 필요성을 인정해 주시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재문 기자


“협회 회원사들에 올 1∼4월 매출액을 조사해 보니 최근 3년간 평균 매출액 대비 70∼80%의 손실이 났습니다. 실질적으로 운영을 중지해야 하는 쪽에 가까운 거죠. 정상화되더라도 외부 지원을 받지 않는 이상 자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아요. 영화인들이 독립예술영화관 지키기 캠페인인 ‘세이브 아워 시네마’(Save Our Cinema) 챌린지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죠.”

국내 첫 예술영화 전용관은 1995년 서울 대학로에 문을 열었던 동숭씨네마텍이다. 최 대표가 23년째 몸담고 있는 영화사 백두대간이 만들었다. 협회는 2017년 출범했다. 박근혜정부 시절 탄압에 맞선 독립예술영화관들 모임이 시발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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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예술영화관협회가 수입·배급하는 프랑스 피에르 올리비에 프랑수아 감독의 영화 ‘백년의 기억’의 한 장면. 11일 개봉. 전국예술영화관협회 제공


“운영진이 한 달에 한 번 모여 운영 상황을 공유해요. 제작진, 배급사와 함께 독립예술영화 공동체를 지켜 내려 합니다. 11일 개봉하는 ‘백년의 기억’은 협회가 수입·배급하는 첫 영화예요. 프랑스 감독이 한반도 100년을 다룬 다큐멘터리인데, 올해가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이고 해서 비용을 분담해 준비했죠.”

아트하우스 모모를 운영하는 영화사 백두대간의 부사장이기도 한 최 대표는 1995년 김성수 감독의 데뷔작 ‘런어웨이’ 연출부로 영화계에 발을 디뎠다. 25년간 영화인으로 살아온 건 영화가 좋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뭘까란 생각이 지배적이었던 것 같다”며 예술영화의 가치를 강조했다.

“영화가 다른 문화예술 장르에 비해 상업적 동기에서 탄생한 건 맞습니다. 처음엔 신기한 볼거리로 만들어졌다가 어느 순간 다른 장르처럼 정신 고양 기능을 하고 있죠. 상업적 기능뿐 아니라 예술로서 본래의 기능을 갖고 있는 영역의 영화도 존재해야 합니다. 힘들 때 좋은 영화 한 편 보고 위안을 받고 내일을 꿈꾸기도 하잖아요. 주식은 될 수 없지만 음식 부패를 막는 소금 같은 역할을 하는 거죠. 코로나 시대에 극장이야말로 가장 안전하게 위안을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영화에 대한 지원도 “우리가 다 같이 지켜 내야 할 가치의 문제로 접근해 달라”고 당부했다.

“관객과 시민, 정책 결정자들이 독립예술영화관의 존재 필요성을 좀 인정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1년에 한두 번 대출되는 고전 명작 같은 책도 중요하다고 도서관에 꽂혀 있는 것처럼요. 영화가 점점 더 산업화되고 안전하게 이윤을 창출하는 구조로 가다 보니 비슷비슷한 작품이 나오게 되는 겁니다. 독립영화는 그런 게 덜하니 새로운 시도를 하는 좋은 영화들이 나오는 거고요. 영화의 다양성을 위해선 산업적, 문화적 토대가 지금처럼 양극화되면 안 됩니다. 범영화인, 나아가 문화계, 범정부 차원에서 그 해법을 논의하는 자리가 필요합니다.”

당장 급한 불은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벗어나는 것이다. 그는 “독립예술영화관들이 적어도 1년 정도는 고용을 유지할 수 있는 긴급 자금이 필요하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주말이나 저녁 때 영화 한 편을 봐 주시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메시지가 될 것 같다”고 했다. 영화 할인권이나 기획전 지원만으론 버티기에 한계가 있고 ‘세이브 아워 시네마’가 일본처럼 ‘세이브 더 컬처’(Save The Culture) 캠페인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취지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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