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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CNN 쿠퍼 "시위대 `지배`하겠다고?…누가 폭력배인가" 트럼프 작심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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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NN의 간판앵커인 앤더슨 쿠퍼가 '군대 동원령'을 선포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작심한 듯 비판을 날렸다.

쿠퍼는 1일(현지시간) 자신이 진행하는 뉴스방송 '앤더슨 쿠퍼 360'에서 "우리 국민들이 인생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한 시기에 대통령의 실패한 리더십을 보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대국민 연설을 통해 "주지사들이 주방위군을 동원하지 않을 경우 시위현장에 군대를 투입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 주정부들이 시위대를 상대로 너무 약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대통령 권한으로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쿠퍼는 "최루탄과 섬광탄이 날라다니는 오늘 트럼프가 자신을 '법과 질서를 지키는 대통령'이라 부르며 시위대를 '지배(dominate)'하기 위해 군대를 투입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쿠퍼는 "그는 실제로 '지배'라는 말을 썼다"며 재차 강조한 뒤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를 마치고 근처 세인트존스 교회에서 사진 촬영을 갖기 위해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대변인과 이방카 트럼프-제러드 쿠슈너 부부 등을 대동하고 이날 라파예트 공원 근처에 위치한 이 교회를 방문했다. 해당 공원에서 평화시위가 진행 중이었지만 돌연 경찰들이 출동해 시위대를 강제로 해산시켜 논란이 일었다. 연설 도중에도 헬리콥터 소리와 경찰, 시위대 간 충돌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오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평화시위대의 지지자"로 불렀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해당 장면이 방송되자 쿠퍼는 "평화 시위대를 향해 최루가스, 고무탄, 섬광탄, 후추 스프레이를 발사해놓고 누군가 (교회 앞에 서있는) 대통령에게 성경책을 건넸다. 그리고 그는 거기 서있었다"며 "원래 그런 건 하지 않지만 기도나 고해도 하지 않고 어색한 듯 주변인들을 불러 사진을 계속 찍었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평소에 가지도 않는 교회에 딸과 사위를 데리고 가서 찍은 사진이라니 '초현실적(surreal)'으로 느껴진다"고 꼬집었다.

그는 "모든 주에 군사를 투입할 수 있는 권한이 그에겐 없다"며 "그게 '법과 질서를 지키는 대통령'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쿠퍼는 "정작 거리로 나온 시위대도 '법과 질서'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대통령은 모르는 것 같다"며 "사람이 정신을 잃은 뒤에도 3분 동안 더 무릎으로 목을 누르는 것은 '법과 질서'가 아니다. 그건 살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이 흑인사회를 '지배'하고 시위대를 '지배'하는 것이 '법과 질서'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심각한 표정으로 멘트를 이어간 쿠퍼는 "그들을 폭력배라고 부른다고? 여기서 누가 폭력배인가. 벙커에 숨는 것? 양복 뒤에 숨는 것? 대체 누가 폭력배인가"라고 비판을 이어갔다. 앞서 시위대가 백악관 앞으로 모여들자 트럼프 대통령이 급히 지하벙커로 불리는 긴급상황실로 이동한 것을 비꼰 것이다.

방송이 끝나기 전 쿠퍼는 "그동안 대통령이 입을 열길 그렇게 기다렸는데 그가 한 말들과 행동이 이거였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리포터로서 사회가 분열하는 모습을 많이 봐왔다"며 "물론 폭력은 답이 아니지만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은 답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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