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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유가 30달러 계속되면 美셰일업체 250곳 파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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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업체 17곳 파산보호 신청

10달러까지 가면 1000곳 전망

코로나19 이전부터 위기

수년 내 복구하긴 어려워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유가가 급반등하지 않으면 내년까지 미국 셰일 업체 250곳이 파산할 전망이다. 한때 세계 에너지시장을 흔들었던 미국 셰일 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장기 불황을 맞이할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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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원유시장 컨설팅 업체인 리스타드 에너지는 내년까지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선에 머물 경우 셰일 업체 파산 규모를 이같이 예상했다. 수요 급감으로 배럴당 10달러 선에 머문다면 파산 규모는 1000개 기업으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중소형 셰일 업체인 화이트페트롤리엄과 울트라페트롤리엄 등 17곳이 140억달러의 채무 때문에 파산보호를 신청한 상황이다. 리스타드는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선에 머문다는 점을 감안해 올해 말까지 파산보호 신청 업체가 73곳으로 늘어나고 내년에는 170곳이 문을 닫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선에서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고, 이런 상황이 앞으로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셰일 업계의 몰락은 시간 문제라는 시각이 강하다. 컨설팅 업체 KPMG의 글로벌 에너지 부문을 담당하는 레지나 메이어는 "셰일 업계 파산과 구조조정의 바람이 불 수밖에 없다"고 봤다.


올해 초 미국은 하루 원유 생산량이 1350만배럴에 이르며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이 중동 등으로부터 원유 순수입국에서, 순수출국으로 전환할 수 있었던 것도 셰일 덕분이다. 미국의 대중동 정책 변화까지 예고했을 정도로 셰일혁명의 영향은 컸지만 유례를 찾기 힘든 수요 감소 속에서 셰일 업체는 그동안의 성과가 허약한 기반 위에 마련됐음을 확인해줬다.


셰일 업계는 그동안 막대한 규모의 설비투자 자금을 조달하면서 간신히 이익을 내는 구조로 유지됐다. 지난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57달러였음에도 셰일 업계는 겨우겨우 버텼다. 하지만 올해 코로나19의 충격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아라비아가 오히려 증산에 나서면서 원유는 과잉공급 상황에 직면했다. 이 때문에 유가가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등 급락세를 보이자 셰일 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피치의 존 켐프 이사는 "코로나19 대유행 이전부터 셰일 업계는 문제가 있었다"면서 "곧 대형 업체들도 파산 신청을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위기에 처한 셰일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면서 미국의 원유 생산량도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5월 중순 미국 내 원유 하루 생산량은 1150만배럴 수준으로 떨어졌다. 셰일 업체들이 잇따라 감산을 밝힘에 따라 생산량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부는 내년 초 미국 내 원유 생산량은 하루 1080만배럴 수준에 머물 것으로 봤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의 다니엘 예르긴 부회장은 내년 여름 미국의 하루 원유 생산량이 900만배럴까지 떨어진 후 1100만배럴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예측했다.


투자자문회사 에버코어ISI에 따르면 상장된 미국 셰일 업체가 지난 10년간 셰일 개발과 채굴에 쏟아부은 돈은 1조1800억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 벌어들인 수익은 8190억달러에 그쳤다. 셰일 개발이 '노다지'가 아님을 깨닫자 미국 내 투자 규모도 급감했다. 셰일 업체들이 주식 발행이나 차입 등을 통해 지난해 조달한 자금은 230억달러 수준이었는데 이는 2016년 570억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셰일은 한 번 채굴이 시작되면 오랜 기간 채굴할 수 있는 유정과 달리 초기 개발 후 생산량이 급감한다. 이 때문에 지속적으로 새로운 유정을 뚫는 작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향후 투자전망이 부정적이다보니 투자자들은 수익이 발생해도 이를 셰일 업체에 재투자하기보다는 현금화에 주력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신규 투자에 주저하다보니 셰일 업체들 역시 신규 설비투자보다는 주주들에게 투자수익을 배당하는 쪽에 힘을 쏟고 있는 실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조사에 따르면 대형 셰일 업체 15곳의 경우 올해 설비투자 예산을 평균 48%가량 삭감했다.


셰일 업체 EOG 리소스의 최고경영자(CEO) 빌 토머스는 "미국 내 셰일 관련 투자가 큰 폭으로 줄었다고 본다"면서 "향후 수년 동안에는 올해 초 수준으로 복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셰일의 경우 전통적인 유정과 달리 원유 생산 재개 등에 걸리는 시간이 짧다. 이 때문에 원유 수요만 회복된다면 단기간 내에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관건은 원유 수요가 회복돼 유가가 오를 때까지 생존할 수 있냐는 점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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