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가능성 알고 타 증권사에 TRS이전 의혹
금융감독원이 KB증권에 대한 현장 검사를 다시 한번 연장했다. 서면 검사를 거쳐 지난달 12일부터 현장 검사에 들어갔는데 검사 기한을 2번이나 연장하면서 한달째 KB증권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KB증권이 라임자산운용과 맺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의 부실 가능성을 미리 알고 TRS계약을 다른 증권사에 이전시킨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부실 가능성을 모르는 증권사에 위험을 떠넘긴 것이라는 얘기다.
서울 여의도 KB증권 본사. / 정해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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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 29일 종료할 예정이었던 KB증권에 대한 검사를 추가 연장해 오는 5일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12일부터 이 증권사에 대한 현장조사를 진행했고 1차례 연장한 바 있는데 다시 한번 연장한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미진한 부분이 있어 검사를 다시 연장했다. 1주일 간 검사를 해보고 추가 연장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금투업계에서는 금감원이 달을 넘겨 KB증권을 들여다보는 것이 라임자산운용과 맺은 TRS계약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TRS계약은 자산운용사가 증권사를 통해 주식, 채권 등 기초자산을 사고팔 때 이뤄지는 계약으로, 증권사가 기초자산을 사고 이 매매거래에 따른 이익과 손실은 자산운용사가 가져간다. 대신 자산운용사는 증권사에 일정액의 수수료를 준다. 김종석 전 미래통합당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라임자산운용 펀드에 대한 KB증권의 TRS계약규모는 4540억원으로 신한금융투자(9022억원)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금투업계 일각에서는 KB증권이 라임과 TRS계약을 맺은 이후 이 계약의 부실위험을 알고 다른 증권사에 TRS계약을 일부 이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라임이 부실화되면 TRS계약으로 빌려준 돈과 수수료를 받지 못하는데 KB증권이 라임의 부실 가능성을 미리 알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다른 증권사에 TRS계약을 넘겼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라임자산운용이 KB증권에 TRS계약을 맺고 KB증권의 자본으로 특정 주식을 매수해달라고 요구했을 때 KB증권이 라임자산운용의 요구대로 주식을 대신 사주는 것이 위험하다고 판단하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다른 증권사와 제3의 계약을 맺고 TRS계약을 이전시켜 라임이 요구한 주식을 다른 증권사에서 매수하도록 할 수 있는 것이다. 금투업계에서는 DB금융투자(016610)유안타증권(003470)NH투자증권(005940)미래에셋대우(006800)한국투자증권 등 증권사들이 이런 식으로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예상한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라임의 TRS계약을 KB증권이 실제 다른 증권사에 고의로 넘겼는지 여부는 좀 더 확인을 해봐야하는 사항이지만 KB증권이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TRS계약을 이행하는 게 불리하다고 판단해서 이를 다른 증권사에 넘기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검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검사 내용을 밝힐 수는 없다"며 "KB증권과 라임이 맺은 TRS계약에 대해 종합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고 했다. 금감원은 KB증권에 대한 검사를 마친 후 제재심의위원회 등을 거쳐 이 회사에 대한 제재를 확정할 방침이다.
정해용 기자(jh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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