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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온라인 수업 결국… 인하대 의대 집단 커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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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과 1·2학년 91명, 시험 답 공유 "전원 0점 처리, 징계는 않기로"

코로나 사태 때문에 각 대학이 온라인 수업·평가 등을 도입하는 가운데 인하대 의대의 온라인 시험에서 집단 부정행위가 잇따라 발견돼 학교 당국이 조사를 거쳐 가담자를 전원 0점으로 처리하기로 했다. 특히 의학과(의대 본과) 1·2학년 109명이 참여한 시험에서 거의 대부분인 91명이 이 같은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1일 인하대에 따르면, 의대 본과 2학년을 대상으로 3월 12·22일('근골격계' 과목), 4월 18일('내분비계') 각각 온라인으로 치른 단원평가 성격의 시험에서 응시 학생 52명 가운데 41명이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적게는 2명, 많게는 9명이 한곳에 모여 문제를 풀고, 유선전화나 메신저 단체 대화방을 활용해 서로 답안을 논의하거나 공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하대 의대는 지난달 중순 제보를 받고 자진 신고와 함께 내부 조사를 벌여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그동안 수업도 온라인으로만 진행해 온 학교 측은 시험에 앞서 교수와 학생들이 "감독이 없는 시험이니 부정행위를 하지 말고 서로 떳떳하게 치르자"는 암묵적 합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학생들이 집단으로 담합한 이 같은 부정행위는 막지 못했다.

또 본과 1학년 학생들도 4월 1일 치른 중간고사 '기초의학 총론' 온라인 시험에서 수강생 57명 가운데 50명이 비슷한 수법의 부정행위를 저질렀다. 학교 측은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문제당 풀이 시간을 50초로 제한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이 만점에 근접한 점수를 받고, 양심적으로 시험을 본 학생들은 저조한 성적이 나와 내부 제보로 부정행위가 포착됐다.

특히 부정행위에 가담한 학생들이 보안 기능이 강한 텔레그램을 이용하거나 IP 추적을 피하고, 의심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일부 답안을 다르게 제출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대 재학생들의 단체 대화방에는 자진 신고를 유도하며 "교수님이 반성의 태도를 보이거나 협조를 한다면 유연하게 처리하겠다고 말씀하셨다" "다 같이 반성하고 자백하는 것이 일을 더 키우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는 요지의 공지 사항도 올라왔다.

인하대 의대는 1일 오후 상벌위원회를 열고 논의한 끝에 대학 본부에 부정행위 학생의 징계는 따로 요청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본인이 부정행위를 인정하고 자진 신고했고, 깊은 반성을 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해당 학생은 전원 0점 처리를 하겠다"며 "담당교수 상담 및 사회봉사 명령을 동시에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하대는 6월 말로 예정된 1학기 기말고사는 대면 시험으로 치를 방침이다.

[인천=권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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