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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강경 젓갈 만들고 금산 전통주 빚는 서울 청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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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로컬’ 1기 선정 3인의 도전

동아일보

지난달 29일 서울시 서소문2청사에서 서울시의 지역연계형 청년 창업 지원사업 ‘넥스트로컬 1기’에 참여했던 청년들이 자신들이 판매하는 대표 제품을 보여주고 있다. 왼쪽부터 이경일 시간을 쌓다 대표, 임가영 메이크푸드 대표, 박성경 소소리연구소 대표.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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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명란 갈치 멸치 낙지를 소금과 양념으로 절인 뒤 액젓을 추가해 쿰쿰한 맛을 내도록 젓갈을 만들었다. 그리고 한 가족이 두 끼 정도 먹기에 적당한 양을 덜어 1회용 포장에 담았다. 캠핑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을 때 가져가면 좋을 이 젓갈을 만든 건 수산시장이나 어촌의 장인이 아닌 소프트웨어 개발로 20대를 보낸 임가영 메이크푸드 대표(30·여)다.

스스로 ‘애늙은이 입맛’을 가졌다고 소개한 임 대표는 하고 싶은 일을 좇아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요리 공부를 시작했다. 임 대표를 사로잡은 것은 발효음식. 서울시가 젊은 청년들을 지역사회와 이어주는 ‘서울 넥스트로컬’ 1기를 뽑는다는 걸 알고 본격적으로 젓갈 사업에 뛰어들었다. 임 대표는 8000명 남짓한 주민이 전국 젓갈 매출의 60%를 올리고 있는 충남 논산 강경읍을 방문해 젓갈 개발을 시작했다.

강경에는 한 집 걸러 한 집이 젓갈 가게일 정도이지만 상인회와 협동조합 중심으로 판매해 맛과 품질에 대한 경쟁이 치열하지 않았다. 임 대표는 젊은 세대의 입맛을 겨냥한 8종의 젓갈을 직접 개발한 뒤 판로를 개척했다. 이를테면 삼겹살 전용 젓갈소스를 만들어 지역 식당과 정육점 등을 찾아 직접 마케팅을 하며 제품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임 대표는 “젓갈 분말가루를 베이스로 한 컵라면과 고기에 뿌려서 간을 맞추는 ‘시즈닝’ 형태의 분말형 젓갈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 넥스트로컬은 지역연계형 청년창업 지원 사업이다. 서울 거주 청년(만 19∼39세)을 대상으로 두 달간 8개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해 직접 상품을 개발하는 과정을 돕는다. 지역자원조사, 창업교육은 물론이고 후속관리까지 지원한다. ‘시간을 쌓다’의 이경일 대표(33)도 넥스트로컬을 통해 전통주 개발에 뛰어들었다. 고향인 충남 금산군의 오랜 양조장이 폐업 위기에 놓여 있다는 얘기를 듣고, 할아버지 생전의 단골집을 지키고 싶었다. 또 인삼의 고장 금산을 대표하는 인삼주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하지만 70대 중반의 양조장 대표와 서울에서 내려온 30대인 이 대표가 전통주를 함께 만드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 대표는 16차례의 시음회, 24번의 조리법 교체를 거쳐 전통주 ‘진삼탁주’를 만들었다. 24시간 발효하고 한 달간 숙성을 거쳐 너무 달거나 시지 않은 술이 완성된다. 이 대표는 “시음회에서 ‘인삼주도 먹을 만하네’라는 반응을 듣고 ‘됐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역특산주 면허를 얻으면 다른 지역에서도 전통주 개발을 이어 나갈 계획이다.

㈜소소리연구소는 경북 상주시 이안면 아천리에 ‘코워킹 스페이스’를 만들었다. 박성경 대표(32·여)는 “경북 상주의 폐교인 은척중 아산분교에 운동, 휴식 등을 하며 일도 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나지막한 2층짜리 폐교의 교실 3곳은 운동, 업무, 자유공간 등으로 탈바꿈했다. 도심 사무실과는 차별화되는 짐볼의자, 스탠딩 데스크 등을 마련했다. 아천리, 청년협동조합 등 지역의 재생 사업체들과 함께 발맞춰 올 9월부터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할 계획이다. 휴대용 기기를 사용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하는 ‘노마드워커’뿐만 아니라 귀촌을 꿈꾸는 가족 단위 고객 등이 대상이다. 소소리연구소는 폐교에 조성한 ‘코워킹 스페이스’뿐만 아니라 지역의 유휴공간을 활용해 지역 주민들과 함께 사람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서울시는 7일까지 넥스트로컬 2기에 참여할 청년을 모집한다. 지역자원조사 활동비와 1차 사업화 지원금을 받고 내년 2월 최종평가에서 선발되면 최대 5000만 원의 2차 사업화 지원금도 받을 수 있다. 메이크푸드, 시간을 쌓다, 소소리연구소는 지난해 뽑은 넥스트로컬 1기의 최종평가에서 선발됐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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