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前 대통령 사자명예훼손 재판서
증인 출석한 김동환 총기연구실장 증언
전일빌딩에서 발견된 탄흔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생겨난 것으로 지난 2016~2017년과 지난 해 광주광역시와 법원의 의뢰로 김 실장은 3차례에 걸쳐 감정을 수행해 보고서를 작성했다. 총기 전문가인 김 실장의 증언은, 당시 신군부 핵심으로 활동했던 이들의 지속적인 부인에도 불구하고,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이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이날 재판은 광주지법 201호 대법정에서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됐다. 전 전 대통령은 재판부의 불출석 허가를 받아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한 김 실장은 “3차례 감정을 벌여 전일빌딩 내·외부에서 최소 281개의 탄흔을 발견했다”며 “이들 탄흔 가운데 건물 10층 내부에서 발견된 탄흔 대부분이 40~50도의 하향 사격에 의한 것이고, 일부는 수평과 상향 사격에 의한 탄흔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이어 “5·18이 있었던 1980년 당시 주변에 전일빌딩보다 높은 건물이나 지형이 없었기 때문에 비행체에서의 사격이 유력하며, 특히 하향·수평·상향사격 등 발사 각도를 바꿀 수 있는 비행체는 헬기 밖에 없다”고 말했다.
헬기 사격 외에 다른 원인에 의해 탄흔이 생겼을 가능성을 묻는 검사 질문에는 “헬기 사격 이외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2017년 9월 13일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가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1가 전일빌딩에서 총탄 흔적을 둘러보고 있다. /조선일보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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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김 실장은 전일빌딩 탄흔 감정 보고서에서도 “전일빌딩 10층에서 식별한 탄흔은 동일 지점에 상향·수평·하향 각도로 집중 사격된 상황으로 보아 헬기가 호버링(hovering·정지비행) 상태에서 고도만 상하로 변화하면서 사격한 상황이 유력하게 추정된다”고 밝혔었다.
이날 증언에서 김 실장은 자신의 감정 결과와 관련해 일부에서 제기한 다른 의견에 대해서도 자신의 판단을 밝혔다.
먼저 ‘전일빌딩 내부 탄흔은 외부가 아니라 건물 내부에서 발사한 총탄에 의한 것일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10층 내부 기둥에서 발견된 탄흔 대부분은 외벽 창문 쪽 벽면에서 발견됐으며, 이 벽면은 10층 출입문 쪽에서 보이지 않는 곳”이라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또 ‘누군가 옥상에서 줄을 타고 내려와 사격했을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외벽과 내부 기둥은 거리가 50㎝ 밖에 안되는 데 줄을 타고 내려와 인접한 기둥에 50여발을 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 실장은 변호인 신문에서도 “30년 동안 수많은 총기와 탄흔 감정 분석 등을 통해 얻은 경험과 실험 결과 등을 토대로 전일빌딩 탄흔의 모양과 발사 각도 등을 분석한 것”이라며 “헬기 사격에 의한 탄흔으로 판단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전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지난 2018년 5월 재판에 넘겨졌다.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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