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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CEO LOUNGE]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 | ‘배그 모바일(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대박…엔씨·넷마블 제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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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체 크래프톤이 1분기 깜짝 실적을 냈다. 매출 5082억원, 영업이익 3524억원이다. 1년 전에 비해 매출이 99% 늘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 991억원의 세 배를 훌쩍 넘는다. 2019년 연간 영업이익(3593억원)과 맞먹는 금액이다.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국내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기업 ‘3N(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 중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을 넘어섰다. 1분기 엔씨소프트는 2414억원, 넷마블은 204억원을 기록했다.

몸값도 치솟는다. 크래프톤 주식은 지난 4월까지만 해도 장외주식 거래사이트 38커뮤니케이션에서 40만~50만원대에 거래됐다. 5월 들어서는 70만~80원대로 뛰었다. 이번 1분기 실적은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47)이 경영에 복귀하고 나서 처음으로 받아 든 성적표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받았다. 크래프톤 공동 창업자인 장 의장은 2017년부터 4차산업혁명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지난해 말 임기가 끝난 후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매경이코노미

1973년생/ 카이스트 전산학과/ 1997년 네오위즈 공동 창업/ 2005년 첫눈 창업/ 2007년 블루홀스튜디오(현 크래프톤) 공동 창업/ 2017년 4차산업혁명위원장/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고문(현)/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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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클럽·첫눈 만든 벤처사업가

▷크래프톤 급성장하며 3N 구도 흔들어

장병규 의장은 1세대 벤처사업가 출신이다. 한 번 성공하기도 힘든 벤처 창업을 여러 번 성공해 ‘살아 있는 전설’로 통한다.

1997년 공동 설립한 네오위즈는 채팅 서비스 ‘세이클럽’으로 이름을 알렸다. 2005년에는 검색엔진 업체 ‘첫눈’을 공동 창업해 2006년 NHN(현 네이버)에 350억원에 매각했다. 이후 2007년 크래프톤 전신 블루홀스튜디오를 세우고 2011년 PC 게임 ‘테라’를 선보여 대한민국 게임대상 대통령상을 받았다. 벤처사업가 출신답게 그는 도전을 중요하게 생각하기로 정평이 났다. 그의 리더십은 3N 위주로 돌아가는 국내 게임 시장에서 크래프톤이 두각을 나타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17년 시장에 나온 ‘배틀그라운드’는 이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배틀그라운드는 크래프톤이 1분기 눈부신 실적을 거두는 데 기여한 일등공신이다. 2017년 등장한 총 쏘기(FPS) 게임으로 지난해 말 기준 글로벌 시장에서 PC·콘솔(엑스박스·PS4) 버전 누적 판매량 7000만장, 모바일 버전 누적 다운로드 6억건을 기록한 인기작이다. 배틀그라운드 개발을 이끈 인물은 크래프톤 자회사 펍지의 김창한 대표다. 그러나 장병규 의장의 지지가 없었다면 배틀그라운드는 시장에 나오지 못했을 확률이 높다. 배틀그라운드가 세상에 나오기 전 김창한 대표(당시 PD)는 약 17년 동안 게임업계에 몸담으며 여러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지만 이렇다 할 히트작을 내놓지 못했다. 설상가상 당시 크래프톤은 임직원 월급 2개월 치밖에 자금이 남지 않았을 정도로 재정 상황이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장병규 의장은 배틀그라운드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김창한 PD가 히트작을 만든 이력은 없었지만 오랜 경험을 통해 개발 역량을 축적했고 배틀그라운드가 세계 시장에서 통할 만한 잠재력을 갖췄다는 판단에서다.

결과는 그야말로 ‘대박’. 배틀그라운드는 2017년 3월 얼리액세스(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6개월이 채 되지 않아 글로벌 누적 판매량 1000만장을 기록했다. 그해 말에는 동시 접속자 수 300만명을 돌파했다. ‘2017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는 대통령상과 기술창작상, 프로그래밍 부문과 기획·디자인 부문 우수개발자상, 게임비즈니스혁신상, 인기상을 받으며 6관왕에 올랐다. 이후 지금까지 크래프톤 캐시카우 역할을 해오고 있다. 특히 모바일 부문에서 존재감을 과시한다. 크래프톤 모바일 부문 연결매출의 대부분을 담당하는데 해당 부문 매출은 올해 1분기 여섯 배 늘었다(전년 동기 대비). 모바일 부문 매출은 4215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82.9%다.

수평적인 기업문화와 소통을 강조하는 분위기 역시 크래프톤이 알짜 게임사로 도약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크래프톤에는 임원실이 따로 없다. 대표이사와 신입사원이 나란히 앉기도 한다. 더불어 매달 셋째 주 목요일에는 ‘크래프톤 라이브 토크’를 진행한다. 임직원 누구나 참석할 수 있는 행사로 장병규 의장을 비롯한 경영진과 회사 경영 관련 소식을 주고받고 궁금한 점을 자유롭게 질문하는 자리다. 각 조직을 대표하는 소통위원이 한자리에 모여 회사와 관련된 사안을 논의하는 소통위원회도 주기적으로 열린다.

협업을 권유하는 문화도 강점이다. 크래프톤은 ‘프라이드 오브 크래프톤’이라는 제도를 운영한다. 매출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동료와 노하우를 공유하거나 협업을 활발하게 하는 직원, 우수 인재를 확보·유지하는 데 기여한 구성원을 포상하는 제도다. 이 밖에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료와 교류할 수 있는 ‘크래프톤 개발자 콘퍼런스’를 주최하는 등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다방면으로 힘쓴다.

매경이코노미

▶앞으로 과제는

▷배틀그라운드 이을 흥행작 절실

물론 크래프톤이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럿이다.

게임 내 불법 프로그램(핵)이 대표적이다. 배틀그라운드는 서비스 시작 이후 지속적으로 핵 이용자가 많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플레이어 100명이 동시에 게임을 시작해 배틀로얄(서로가 서로를 죽이며 최후의 1등만 살아남는 방식) 형태로 진행되는데 핵을 이용하면 캐릭터 성능이 비정상적으로 좋아져 상대방을 손쉽게 이길 수 있다. 이를테면 캐릭터가 움직이는 속도가 압도적으로 빨라지거나 상대방을 대충 겨냥하고 총을 쏴도 명중하는 식이다. 핵 프로그램은 구글이나 유튜브, 페이스북 등 검색 사이트와 SNS를 통해 구매할 수 있다.

물론 게임 운영진이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핵을 이용하는 게이머는 계정을 차단하고 핵 판매자는 경찰에 신고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게이머 사이에서는 여전히 불만이 이어진다. 핵심 유저 이탈을 막고 장기 흥행작으로 쐐기를 박으려면 더 효과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배경이다.

배틀그라운드를 이을 히트작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눈길을 끈다. 설립 초기에는 PC 게임 ‘테라’로 인기를 끌었고 지금은 배틀그라운드가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지만 이외에는 눈에 띄는 히트작이 없다. 지난해 ‘미스트오버’, 올해 테라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 ‘테라 히어로’를 내놨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포트나이트’를 비롯해 배틀그라운드를 대체할 수 있는 게임이 여럿 등장하며 배틀그라운드 성장세가 전성기에 비해 둔화된 만큼 새로운 성장동력이 절실하다. 시장에서는 올해 하반기 서비스 시작이 예상되는 ‘엘리온’에 관심이 집중된다. 크래프톤이 개발을,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싱(유통)을 맡은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다. 2017년과 2019년 진행한 비공개테스트(CBT)에서는 다소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용자 피드백을 반영해 게임을 개선한 뒤 올해 4월 진행한 사전체험에서는 호평이 주를 이뤘다. 오는 7월 추가로 사전체험 행사를 진행한 이후 연내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엘리온 성과가 크래프톤 기업가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기업공개(IPO)도 관심을 모으는 사안이다. 장병규 의장은 지난 2018년 장기적으로 반드시 IPO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구체적인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업계 안팎에서는 2021년이 유력하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엘리온 흥행 여부, 올해 연간 실적 등에 따라 시점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기진 기자 kjkim@mk.co.kr / 일러스트 : 김민지]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61호 (2020.06.03~06.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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