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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레고 조각 재해석해 그린 세상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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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박 공근혜갤러리 개인전 '레고스케이프트'

연합뉴스

젠박, 'legoscape(-ing) III', acrylic on canvas, 194x650cm, 2020 [공근혜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어린 시절부터 작가는 조립설명서만 있으면 건물을 완성할 수 있는 레고의 매력에 빠졌다. 완벽주의 성향의 그에게 한 치 오차 없이 완성되는 레고는 안정감을 줬다. 질서정연한 레고의 세계는 불안한 현실을 지워줄 유토피아이기도 했다.

레고를 모티프로 도시 풍경을 재해석하는 신진작가 젠박(35)의 개인전 '레고스케이프트(Legoscaped)'가 종로구 삼청동 공근혜갤러리에서 개막했다.

초기에 젠박은 레고로 완성한 건물 모습을 캔버스에 그대로 옮겼다. 이제는 레고로 만든 구조적인 질서를 해체하고 재조립해 독자적인 세계를 만들어낸다.

창문과 지붕 형태가 뚜렷한 집들 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이는 그림도 있지만, 미니멀리즘에 가까운 색면화 비중이 크다.

21일까지인 이번 전시에서는 평면 회화와 함께 입체설치 작품도 선보인다. 북촌의 단청색 기와, 뉴저지 교외 굴뚝, 뉴욕의 지붕 타일 등 건축물 일부를 그림 밖으로 꺼낸 듯 나무로 제작한 작업이다.

젠박은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레고스케이프'(Legoscape) 연작을 발표했다. 암울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이 찾는 유토피아로 탈출하고자 하는 욕구와 희망을 담아 레고(Lego), 도시경관(Cityscape), 도피(Escape) 등 세 단어로 지은 합성어다. 'Legoscape(-ing)', 'Legoscaped' 등으로 작업 변화에 따라 작품 제목 어미가 달라진다.

이번 전시에는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불안한 심리를 작품에 투영했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처음에는 레고를 통해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요즘은 코로나19로 밖에 나가지 못하면서 또 다른 탈출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러스 앞에서 어쩔 수 없는 현실이 너무 무거웠고 인간의 나약함도 느꼈다"며 "한편으로는 눌리지 않으려고 이전 작품보다 더 진한 색도 쓰고 강하게 그렸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공근혜갤러리의 포스트 코로나 특별 기획전 첫 순서다. 내년까지 네덜란드 작가 어윈 올라프 개인전, 밀레니얼 영 코리안 아티스트 2인전, 마이클 케나와 김승영의 '리플렉션스(Reflections)' 전이 이어진다.

작품 판매 수익금 일부는 지구를 살리자는 참여 작가들의 뜻을 모아 국제환경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젠박, 'Legoscaped V', 117x91cm, acrylic on canvas, 2020 [공근혜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doub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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