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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6 (목)

사실을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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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민의 톡팁스-56]

매일경제

중난산(鐘南山) 중국공정원 원사 /사진=매경DB


◆ 공감할 수 있는 말을 해야 한다

"코로나19에 정치권이 나서면 발원지 규명에 방해만 될 뿐입니다. 코로나19 발원지 규명을 위해 전 세계 과학자들이 협력해야 합니다."

지난 5월 2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중난산 원사의 발언을 보도했다. 중난산 원사는 중국을 대표하는 호흡기질병 권위자. 그런 중난산 원사가 하는 발언이다 보니 중국 언론은 물론이고 세계 언론이 집중적으로 보도할 수밖에 없다.

"미국 역학자인 이언 립킨으로부터 코로나19가 어떻게 인간에게 퍼졌는지 규명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함께하자고 연락을 받았으나, 미국이 코로나19를 정치적 문제로 몰아가 협력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립킨 교수는 중국 광저우 순얏센(손문)대 보건대학원 루자하이 교수팀과 함께 코로나19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중난산 원사와는 광저우에서 주기적으로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난산 원사의 발언은 코로나19에 대한 솔직한 심정인 셈.

"립킨 교수가 보유하고 있는 분자 포획 기술은 코로나19 근원을 규명할 수 있는 핵심 기술입니다. 인간뿐 아니라 동물의 핵심 유전자를 포착하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세계 각국을 대표하는 호흡기질병 책임자나 권위자들의 발언이 줄을 잇고 있다. 한국의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미국의 앤서니 파우치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 등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중국에 코로나19 책임을 떠넘기려는 미국 일부 정치권의 행동들이 이 프로젝트를 방해하고 있습니다. 발원지 규명은 과학적 문제이지 정치적 문제가 아닙니다. 코로나19 근원에 대한 조사는 후에 있을 바이러스에 대비하기 위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 조사는 중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적용돼야 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코로나19가 처음 보고된 중국 우한 실험실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출됐다고 주장하며 발병 조사를 촉구했지만, 증거는 제시하지 못한 상태다. 중난산 원사는 과학적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눈치를 봐선 안 된다

"1월 18일 후베이성 우한시에 도착했을 때 지방 정부 당국자들은 진실을 말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침묵했고 나는 (더 많은) 감염자가 있으리라고 말했습니다."

이보다 열흘 전쯤인 지난 5월 17일 중난산 원사는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19 대응을 주도해 온 중국 전염병 최고 권위자 중난산 원사가 후베이성 우한시 당국이 실제 감염자 수를 숨겼다고 밝혔고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당시 중난산 원사는 해외에서 감염자가 발생하는데도 우한시의 공식 코로나19 확진 환자 수가 10일 이상 41명에 머물러 있는 점을 의아하게 여겼다. 호흡기질병의 특성을 잘 알고 있는 중난산 원사는 이것은 도무지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나는 그 (환자 수 보고) 결과를 믿지 않아 그들에게 내게 진짜 (환자) 수를 제공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내게 대답하는 걸 매우 주저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중난산 원사의 발언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코로나19가 우한 실험실에서 유출됐다고 주장하기 직전에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온 것. 중난산 원사 발언으로 미국은 물론 중국까지 코로나19 사태로 떠들썩해졌다.

"현재 다수의 중국인이 면역 부족으로 코로나19에 취약한 상태입니다. 제2의 코로나19 확산 가능성이 있는 만큼 현실에 안주해서는 안 됩니다."

중난산 원사의 발언은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경계를 강조한 것일 뿐 코로나19 발원지 논쟁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빌미를 제공한 것이 아니다. 중국 인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권위자로서, 중난산 원사는 사실을 이야기했다. 눈치 보고 한 말이 아니었다.

◆사실을 말해야 한다

"집단면역에 찬성하지 않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이 희생되기 때문입니다."

지난 5월 4일 중난산 원사는 중국 CCTV와 화상 문답을 했다. 집단면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중난산 원사가 자기 생각을 말한 것이다.

집단면역은 집단 대부분이 감염병에 대한 면역성을 가졌을 때, 감염병 확산이 느려지거나 멈추게 됨으로써 면역성이 없는 개체가 간접적인 보호를 받게 되는 상태다. 집단 내 면역 개체 수가 많아질수록 면역력 없는 개체의 감염 확률이 낮아진다는 논리다.

그러나 중난산 원사는 집단면역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응방법으로 집단면역을 선택하면, 너무 많은 사람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코로나19가 확산 한계에 도달할 때까지 내버려 두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이다.

"유럽에서 일부 국가는 코로나19 항체가 있는 인구가 25%에 이른다는 보도가 있습니다. 하지만 소위 집단면역과는 차이가 큽니다. 집단면역에 도달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60~70% 인구가 감염된 후에야 가능한데 아직 이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합니다."

중난산 원사가 유럽의 일부 국가라고 밝힌 나라는 스웨덴. 스웨덴은 다른 나라에서 실시하는 엄격한 봉쇄 조치를 시행하지 않았는데, 그것은 스웨덴이 집단면역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중난산 원사는 스웨덴식 코로나19 대응은 중국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집단면역에 대한 중난산 원사의 입장은 분명했다. 한 집단 구성원의 일정 비율 이상이 감염되면 집단 전체가 감염병에 저항력을 갖게 되는 단계에 이른다는 면역학적 개념인 집단면역이 중국에 정착되려면, 너무 많은 사람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많은 방법이 있습니다. 예방할 수 있으며 시간을 벌어 백신을 만들 수 있습니다."

중난산 원사는 인구밀도가 높은 중국은 코로나19와 같은 호흡기질환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리고 중국이나 세계의 의료 현실이 코로나19를 당장 극복하기도 쉽지 않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그러나 끝까지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할 수 있는 말을 해야 한다. 눈치를 봐선 안 된다. 사실을 말해야 한다."

[이성민 미래전략가·영문학/일문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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