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대회 생중계한 CGV… 관객들은 야광봉 흔들며 응원
CGV는 한국과 중국 4개 팀씩 총 8개 팀이 참여해서 나흘간 승부를 겨룬 이 대회를 전국 23개 상영관에서 생중계했다. 평일 낮이었지만 20~30대 관객들은 간격을 두고 앉아 형형색색 야광봉을 흔들며 좋아하는 팀과 선수들을 응원했다. 흡사 영화관이 거대한 PC방으로 변모한 느낌이었다. 대학생 김민규(21)씨는 "평소엔 휴대전화 화면으로 게임 중계를 즐기는데 상영관 화면이 크니까 몰입감이 있고 생생하다"고 말했다.
지난 28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관객들이 ‘리그 오브 레전드(LoL)’ 대회 생중계를 보면서 야광봉을 흔들며 응원하고 있다. /김성현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극장 관객이 16년 만에 역대 최저치로 추락했다. 멀티플렉스(복합 상영관)가 고심 끝에 찾아낸 대안이 '다변화 전략'이다.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기존 영화 시장을 잠식하자, 거꾸로 영화관은 고육책(苦肉策)으로 오페라·뮤지컬·록 콘서트와 e스포츠까지 모든 콘텐츠를 중계하면서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고 있다. 박준규 CGV 얼터콘텐츠 팀장은 "음악·게임은 물론, 미술관·박물관 작품 해설과 재테크 강좌까지 최대한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해서 관객층을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화관에서 영화 이외의 콘텐츠를 상영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메가박스와 CGV·롯데시네마 등은 2009년부터 매달 1~2편씩 오페라와 클래식 공연을 틀어주는 '스크린 오페라'를 열고 있다. 메가박스에서 매년 정초 상영하는 빈 필하모닉 신년 음악회는 당일 객석 점유율 수위를 다툴 만큼 인기가 높다. 지난해 1월 방탄소년단(BTS)의 라이브 공연 중계도 10일 만에 관객 30만명을 동원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영화 산업의 매출은 2조5093억원. 이 가운데 극장 매출이 76.3%(1조9140억원)를 차지한다. 아직은 영화 산업에서 극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만, 향후 영화관의 '포트폴리오 구성'도 한층 다양해질 것으로 영화계는 관측한다. 영화 시장 분석가 김형호씨는 "'영화관은 영화만 틀어주는 곳'이라는 고정관념이 깨지면서 여러 콘텐츠를 통해서 극장의 공간적 의미를 확장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비수기와 평일 낮 시간을 중심으로 이런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