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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배틀그라운드 성공 뒤에 PEF 있다…토종 사모펀드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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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0억 투자한 사모펀드 IMM

게임 ‘배그’ 글로벌 성장 이끌어

사모펀드 721개 투자약정 84조

지난해 투자집행·회수 사상 최대

중앙일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배틀그라운드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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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분기 352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업계 최강자 엔씨소프트(영업이익 2414억원)를 누른 게임 개발업체가 있다.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개발한 크래프톤이다. 조만간 상장을 추진하는 이 게임회사엔 오랜 후원자가 있다. 2009년을 시작으로 2014년과 2018년 등 회사가 성장하는 데 필요한 시기마다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를 결성해 자본 공급에 나서 현재까지 총 3600억원을 투자한 IMM인베스트먼트다.

# IMM인베스트먼트 직원들은 최근 유독 바빠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그간 회사가 주로 투자했던 언택트·이커머스·게임 등 온라인 기반 서비스들이 부각돼서다. 온라인 소셜커머스 위메프와 온라인 인테리어 서비스 업체 오늘의집, 온라인 가구 판매업체 레이디가구를 운영하는 오하임아이엔티 등이 대표적인 예다. IMM인베스트먼트는 최근 초창기 투자한 기업에 대한 후속 투자, 저평가된 기업에 대한 신규 투자 등 새로운 기회를 찾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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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F의 신규 자금모집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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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F를 통한 투자가 최근 급성장해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였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경영참여형 사모집합투자기구(PEF) 수가 721개, PEF 약정액이 84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31일 밝혔다. 이는 사모펀드 제도개편이 있었던 2015년 말 대비 PEF 수는 2.3배, 약정액은 1.4배 증가했다.

PEF는 기업 경영권을 확보해 사업구조·지배구조 등을 개선하고 지분을 되팔아 수익을 창출하는 사모펀드다. 일반 기업이나 재무구조개선기업(부실징후기업·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기업 등), 창업·벤처기업 등에 투자한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PEF 업계는 거의 모든 면에서 최대 규모로 성장했다. 지난해 신설 PEF 수는 전년 대비 8개 증가한 206개로 사상 최대였다. 지난해 생긴 PEF 가운데 78.6%는 1000억원 미만 소형 PEF였다. 같은 기간 PEF 신규 자금모집액은 15조6000억원이다.

PEF들은 지난해 국내외 500개 회사를 대상으로 총 16조원의 투자를 집행했다. 이는 사상 최대규모다. 지난해 시장을 들썩였던 주요 투자사례는 대우건설을 인수한 KDB인베스트먼트, 롯데손해보험을 인수한 JKL파트너스, 그랜드하얏트서울의 지배회사인 서울미라마를 인수한 인마크PE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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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정액 및 미집행률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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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PEF가 투자를 끝내고 회수(엑시트)한 금액은 11조7000억원으로 이 역시 사상 최대규모다. 1년 전(9조원)과 비교하면 2조7000억원이 늘었고, 2015년(5조8000억원)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다. 지난해 주요 회수 사례는 MBK파트너스의 오렌지라이프생명보험 및 대성가스, 스톤브릿지캐피탈의 SK인천석유화학, 한앤컴퍼니의 쌍용양회공업 등이다.

PEF는 여전히 상당한 수준의 투자 여력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말 기준 PEF가 투자자들로부터 약정한 금액(약정액) 84조3000억원에서 이미 투자를 집행한 금액(이행액) 61조7000억원을 빼면 22조6000억원이 남는다. 이는 언제든지 추가 투자할 수 있는 유동성으로 남아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은 PEF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까. PEF 입장에선 경기침체 등으로 저평가된 우량기업을 취득할 수 있는 시기가 최적투자시점이다. 금감원은 코로나19 사태로 PEF 업계가 단기적으로 투자위축 등 부정적 영향을 받겠지만, 미집행 약정액 등 투자여력을 감안했을 땐 오히려 투자기회를 조성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과연 그럴까.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사모펀드 운용자금이 4조 달러를 넘어섰다. 사모펀드가 8000개의 회사 경영권을 쥐고 있고 이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5%에 달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충격파는 사모펀드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코노미스트는 “아폴로, 블랙스톤, 칼라일, KKR 등 상장된 대형 사모펀드 빅4 투자기업의 1분기 장부상 손실이 900억 달러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게 쉽지 않다는 얘기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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