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촌신도시에 거주하는 한 70대 거주자의 이야기다.
노후신도시 재정비사업이 구체화되고 있지만 사업 전망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최근 공사비 인상으로 재건축·재개발사업 분담금이 천정부지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많은 돈과 시간이 필요한 신도시 중·고층 아파트 재정비 사업 추진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장려 방안에도 불구하고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은 활성화되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많다.
2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날 정부가 내놓은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지정계획'에도 불구하고 재정비사업 활성화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경기 고양시 일산 신도시 전경 [사진=최지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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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는 이날 연말까지 분당신도시 8000가구를 포함한 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1기 신도시 총 2만6000가구에 대해 재정비 선도사업지구로 지정하고 정비사업을 지원한다는 방안을 내놨다. 정부는 여야합의로 국회를 통과한 '노후계획도시특별법' 시행에 발맞춰 오는 2033년까지 10년간 총 30만가구의 1기 신도시 아파트를 재정비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다만 실제 1기 신도시 재정비사업이 순조롭게 추진될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다. 먼저 분담금이다. 전문가들은 용적률 180%를 넘는 1기 신도시 아파트의 재건축 분담금은 서울에서 진행된 중층아파트 재건축 사례를 볼 때 적게는 4억원에서 많게는 5억원을 넘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합원 개인 분담금은 조합원분양가에서 일반분양 기여액을 제한 금액이다. 먼저 공사비는 최근 서울 지역 기준 3.3㎡당 900만원을 돌파한 상태다. 정부 측의 특별한 지원이 없으면 공사비는 3.3㎡당 최소 900만원선에서 1000만원으로 예상된다.
공사비는 똑같지만 분당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일반분양수익을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현 시점에서 평촌, 일산의 경우 전용면적 84㎡ 분양가는 10억원이며 통상 조합원 분양가는 일반 분양가의 80%인 8억원이 된다. 대지지분은 21평인 일대 전용 84㎡ 아파트에 재건축 용적률 300%를 가정하고 기부채납을 15%로 적용해 계산하면 17.85평이 재산 행사를 할 수 있는 지분이다. 여기에 용적률 300%일 때 공사 필요대지지분 10.75평을 제하면 7.1평이 일반분양기여 지분이다.
일반분양가를 10억원, 조합원 분양가를 8억원으로 볼 때 전용 84㎡에서 동일 주택으로 옮길시 8억원에서 일반분양기여 금액인 5억원 가량을 제하면 분담금은 2억5000만~3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대지지분이 14평 정도인 전용 59㎡ 소유자가 84㎡로 옮길 때는 4억원을 넘어 5억원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수입이 없는 노령층 거주자들은 재건축 참여에 망설일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지원방안을 아직 구체적으로 발표하지 않았지만 용적률을 300~350%선으로 늘려주고 사업 추진속도를 앞당기는 수준에선 분담금을 줄이기 어려울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더욱이 3.3㎡당 900만원 선인 공사비도 신도시 선도지구가 공사에 들어갈 땐 1000만원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분담금은 더 커진다.
이와 함께 신도시 거주 노령층들이 딱히 재건축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점도 사업 활성화에 걸림돌이다. 90년대 초중반 입주한 1기 신도시아파트들은 30년이 지났지만 아파트 관리 상태를 볼 때 재건축이 필요한 상태는 아니다. 실제 정부가 안전진단을 면제해주는 특혜를 주지 않았으면 재건축이 불가능했을 것이란 게 업계의 이야기다. 실제 노무현 정부는 1992년대 이후 지어진 아파트에 대해서는 재건축 안전진단 가능 연령을 40년으로 연장하기도 했다.
이주 기간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현행 재건축사업에서 이주 후 입주까지 기간은 3년 이상이며 사업 도중 문제가 발생하면 5년이 넘는 경우도 있다. 무이자 이주비도 사라진 상황에서 천정부지 치솟은 전셋값을 마련하기 위해 막대한 이주비 이자를 물어가며 이사를 해야하는 부담도 적지 않다.
분당신도시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20평 이하인 분양전환 임대아파트나 노후도가 심각하지 민영 아파트로 분양된 중대형 평형 단지들은 아직 멀쩡한 상태로 주민들의 재건축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이들 아파트는 10년후에나 재건축 요구가 나올 것인 만큼 돈과 시간을 들여 재건축에 참여하려는 수요자가 많을 지 회의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분담금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인센티브인 용적률 인상도 난제다. 업계에서는 신도시 재건축에 줄 수 있는 용적률로 최대 350%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현행 180~200%에서 두배 가까이 밀도를 높이는 선에서 머물 것이란 이야기다. 다만 이 정도로는 분담금을 획기적으로 줄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만큼 재건축 활성화에 큰 도움이 안될 것이란 시각이 많다.
이에 따라 1기 신도시 재건축은 선도지구 지정에도 불구하고 결국 일부 부유층 단지를 중심으로 만 재건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여진다. 서울의 경우도 강남3구를 비롯한 일부 중산층 이상 거주자가 있는 단지들에서만 재건축이 벌어지고 있다. 비강남권에서 대지지분이 낮은 중층 아파트 재건축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중산층 단지로 꼽히는 목동에서는 단 한건의 재건축 사업 이뤄지지 않았으며 70년대 초반 입주해 50년 이상된 아파트가 많은 여의도에서도 주상복합 건축이 가능한 상업지역에서만 재건축이 시행된 상황이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는 "분담금 문제나 이주 기간을 고려할 때 신도시에 거주하는 노령층이 찬성에 적극적일 가능성은 많지 않다"며 "정부 지원이 집중되는 선도지구 중에서도 일부만 재건축을 추진하고 후발단지는 10년 이상이 지난 뒤 리모델링하는 상황이 이뤄지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dong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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