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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반도체 불꽃시즌 베팅 걸어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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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살아난다” 청신호 셋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44% 급등

마이크론 매출 전망치 8% 상향

한국 5월 반도체 수출 증가세

세계 반도체 경기의 척도로 여겨지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연일 상승하고 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증시의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1852.49로 전일 대비 2.65% 올랐다. 올해 저점인 3월 18일(1286.84)과 비교하면 44%나 상승했다. 이른바 ‘언택트 경제’ 효과로 서버 증설 수요가 증가하는 등 반도체 기업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됐다. 앞으로 7% 정도 더 오르면 지난 2월 중순 기록했던 역사적 고점(1979.5)을 갈아치운다.

중앙일보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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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반도체 기업 중 시가총액이 큰 30개 종목을 골라 지수화한 것이다. 인텔·엔비디아·퀄컴·브로드컴·마이크론 등 대표적인 반도체 기업이 포함돼 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이 지수는 미국 제조업 경기를 보여주는 공급자관리협회(ISM) 제조업 지수에 3개월 정도 선행한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만 놓고 보면, 향후 세계 반도체 시장과 제조업 경기 전망은 밝은 셈이다.

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의 ‘깜짝 발표’도 시장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마이크론은 최근 올 3~5월 매출 실적 전망치를 52억~54억 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 3월 내놓은 전망치보다 8%(중간값 기준) 오른 수치다. 코로나19 사태에도 예상보다 메모리 반도체가 잘 팔린다는 의미다. 마이크론의 수밋 사다나 최고운영책임자는 “비대면 경제 활성화로 데이터 센터의 수요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아마존·MS·구글·디즈니 등 글로벌 기업들이 데이터센터를 확대하며 서버용 메모리 반도체 구매를 늘린 게 3~5월 실적 상승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시장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실적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언택트 경제’ 서버 증설로 수요 늘어

한국 반도체 수출 실적도 반등 조짐을 보인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1~20일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4% 증가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발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수출 증가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반도체의 봄’을 기대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들어 오름세를 이어오던 반도체 가격은 오름폭이 둔화했다. 특히 5월 29일 기준 PC용 D램(DDR4 8Gb 기준) 현물가격은 3.06달러로 한 달 새 20%가량 하락했다.

PC용 D램은 서버·모바일과 함께 D램 시장을 이끄는 주요 시장이다. 그간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재택근무·화상회의·온라인수업 등이 늘어나면서 증가한 PC 수요 효과를 봤다. 하지만 PC 수요가 어느 정도 소화된 이후 나타난 가격 하락세가 전반적인 메모리 반도체 가격 약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변동을 보여주는 D램익스체인지 인덱스 지수도 29일 기준 1만9611로 지난 4월 6일(2만5098) 이후 계속 하락 중이다.

구글·알리바바 같은 반도체 ‘큰 손’들은 보통 1~3개월 치를 대량 구매하는데, 이들이 하반기에는 상반기와 달리 데이터 센터 투자 등을 줄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페이스북은 지난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올해 시설 투자 규모를 170억~190억 달러에서 140억~160억 달러로 낮췄다. 구글은 데이터센터를 증설하는 계획을 재검토할 예정이다. 여기에 하반기 반도체 수요를 좌우할 주요 제품 출시가 연기되고, 미·중 무역분쟁 관련 불확실성이 커지는 점도 부정적이다.

미·중 반도체분쟁도 불확실성 키워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반도체 담당 연구원은 “마이크론과 달리, 인텔 등 대부분 반도체 회사는 실정 추정치를 철회하거나 하향 조정했다”며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 반등 역시 일시적인 현상인지 지속할 것인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구글·인텔 등의 최고경영자가 하반기 데이터센터 투자 축소에 대해 언급하는 등 상반기에 비해 투자가 일부 감소할 것”이라면서도 “상반기 극히 부진했던 스마트폰과 5G 등 모바일 수요가 하반기 개선되면서 이를 상쇄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다른 업종 대비 부진했던 반도체 업종에 대한 투자 심리가 일부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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