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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느닷없이 날아온 초청장…정부 “미국 측과 협의” 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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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소식통 “미국의 의도와 참석 효과 면밀한 검토 필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최고 선진국 클럽인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한국을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정부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 이전에 한·미가 이 문제를 사전 논의한 적이 없고, G7 정상회의 참석으로 자칫 ‘미·중 신냉전’ 상황에서 미국의 중국 때리기에 동참하는 것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31일 “앞으로 미국 측과 협의해야 할 부분”이라며 말을 아꼈다. 외교부 관계자는 “청와대 설명 외에 추가할 것이 없다”며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 한·미 당국 간 협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G7 정상회의에 정식 회원국이 아닌 다른 나라를 초청하는 것은 의장국 권한이다. 의장국은 통상 회의 주제와 관련이 있는 나라를 초청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의장국으로서 비회원국을 초청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한국을 포함해 초청 대상으로 언급한 러시아·호주·인도 등을 회원국으로 추가해 G11을 만들겠다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후자인 회원국을 추가하는 것은 의장국의 권능으로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비회원국 초청이라고 해도 한국의 G7 회의 참석은 국제사회에서 국가 위상을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미·중 충돌이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때리기’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초청 대상으로 지목한 것은 대중국 관계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에서 중국 문제를 논의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 G7이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적절히 대표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이번 회의에 ‘뜻을 같이하는 나라’들을 모아 중국을 고립하기 위한 의도가 강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초청 대상이 된 나라 중 러시아는 원래 G8 멤버였고, 호주·인도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는 나라다. 미국은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과 우방국을 상대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에 적극 참여할 것을 연일 압박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으로부터 ‘느닷없이’ 날아온 G7 초청장은 한국에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고위 관료를 지낸 한 외교소식통은 “G7 회의 참석은 난감한 부분이 분명히 있지만 잘 활용하면 한국의 외교적 입지를 넓히고 난관을 타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미국의 초청 의도와 참석 효과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회의에서 중국 문제에 어떤 입장을 견지할 것인지에 대한 정교한 판단과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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