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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대란 없이 끝난 ‘온라인 삼성고시’…사회적 비용 절약 길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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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적성검사 이틀간 4회 실시

집이나 기숙사에서 시험 치러

부정행위 방지 이중삼중 장치

PC·스마트폰에 프로그램 설치

시험기간 내내 촬영 진행하고

감독자 1명이 9명 원격 감독

삼성쪽 비대면 장점 활용할 계획


한겨레

삼성은 올해 상반기 채용을 위한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를 온라인 시험으로 이틀 동안 진행했다. 31일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감독관들이 실시간으로 시험과정을 원격 감독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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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성과 부정행위 방지, 차질없는 완벽한 진행이 핵심인 대규모 기업 공개채용시험에서도 ‘비대면 방식’이 과연 가능할까. 삼성그룹이 해마다 치르는 정기 공채시험인 삼성직무적성검사(GSAT)가 올해는 대기업 최초로 온라인 방식을 통해 30, 31일 이틀간 진행됐다. 코로나19 사태라는 특수한 상황을 반영한 것이지만, 비대면 대규모 채용시험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 어떻게 진행됐나?

그간 삼성직무적성검사는 해마다 상반기와 하반기 두차례에 걸쳐 각각 수만 명의 응시생이 전국 고사장에서 동시에 시험을 치러왔다. 이와 달리 올해는 이틀간 4차례 분산 실시된 게 특징이다. 응시자들의 안정된 접속환경을 우선 고려한 조치다. 4차례 시험에선 모두 다른 문제가 출제됐다. 또한 기존엔 115분 동안 4과목(언어, 시각적 사고, 수리, 추리 영역) 시험이 치러졌지만, 이번엔 화면 집중이 힘든 점을 고려해 수리(20문항 30분) 추리(30문항 30분) 영역 2과목으로 축소됐다. 평가시간은 전체 120분으로, 사전준비 60분, 시험 60분이 할당됐다.

온라인 방식의 공개시험이라 응시자들은 각자의 집이나 기숙사 등 혼자 있는 방안에서 컴퓨터와 노트북에 접속해 시험을 치렀다. 이를 위해 응시생은 신분증 가리개, 스마트폰 거치대, 영역별 문제 메모지 등 시험 꾸러미를 사전에 회사로부터 우편 지급받았고, 응시와 감독을 위한 프로그램도 피시(PC)와 스마트폰에 설치해야 했다. 시험 4일 전인 지난달 26일엔 온라인 예비소집이 진행돼, 각자 주의사항을 전달받고 접속환경을 점검했다. 운영체제와 브라우저는 윈도(IE11)와 맥(크롬) 환경으로 진행됐고, 태블릿피시(PC)와 화면 터치식 조작은 허용되지 않았다.

한겨레

온라인 삼성직무적성검사 응시를 위해 요구되는 접속 환경. 삼성전자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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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행위 방지책은?

이번 온라인 채용시험에 쓰인 프로그램은 삼성에스디에스(SDS)가 자사의 화상회의 솔루션을 응용해 특별히 개발한 것이다. 삼성 측은 혹시나 있을지 모를 응시자의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직원들을 테스터로 동원해 다양한 상황에서 ‘커닝’을 시도하고 적발하는 사전점검을 거치며 기상천외한 커닝 방법에 미리 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시험에서 응시자는 컴퓨터 모니터 화면, 마우스, 얼굴과 손 등이 모두 나오도록 각자의 스마트폰을 제공된 거치대에 올려놓은 뒤, 시험시간 내내 촬영이 이뤄지도록 한 채 시험을 치렀다.

부정행위 방지를 위해 이중삼중의 장치도 마련됐다. 응시자 9명당 1명의 감독관이 원격으로 모니터링하며 부정행위 여부를 감시하는 식이었다. 응시자는 키트 외에는 물도 책상 위에 올려놓을 수 없고, 스마트폰으로는 영상과 함께 음성도 전송돼 외부 조력자의 개입 여부를 함께 체크했다. 시험을 마친 뒤엔 문제풀이에 사용한 메모지 앞뒷면을 촬영한 뒤 전송해 사후검증을 받는다. 부정행위 적발시 무효처리되고 5년간 응시할 수 없다.

응시자가 화면을 바라보는 각도와 시간을 점검하는 ‘눈동자 추적장치’ 사용 여부가 애초 관심을 모았지만, 삼성 측은 “스마트폰 카메라를 통한 측면감시만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삼성 관계자는 “극히 일부 응시생의 감독프로그램이 충돌해 시험이 일시 중지된 사례가 있었지만, 중단된 만큼 추가시간을 부여해 불이익을 받지는 않았다”며 “모니터링을 통해 적발된 조직적인 부정행위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고 문제없이 원활히 진행됐다”고 밝혔다.

■ 응시생들 반응은?

시험이 치러진 뒤 취업준비생 카페에 올라온 응시생들의 후기엔 “수리 문제가 어려웠다”는 식의 반응이 주를 이뤘을 뿐, 응시 환경과 관련한 글은 거의 없었다. 일부 응시생은 피시 화면을 터치하면 안되고 손의 동작범위도 모니터 안쪽으로 제한하는 등의 조건이 낯설어 힘들었다는 소감을 털어놓기도 했다. 삼성 관계자는 “문제 난이도는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첫 온라인 시험이었던데다가, 스마트폰을 통한 감독 상황에서 치러져 긴장도가 높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일부 국외 응시자도 국내와 마찬가지 절차를 거쳐 온라인 시험으로 진행됐다”며 “국외 응시자들은 한국으로 입국했어야 했는데 편리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삼성 측은 최초로 치러진 온라인 공개채용시험이 별다른 차질없이 치러진 것으로 보고 앞으로도 비대면 방식의 장점을 활용할 계획이다. 삼성 측은 31일 “기존의 대규모 지필고사보다 사회적 비용 축소, 응시자 편의 측면에서 효용이 크다고 판단해 이번 시행 결과를 분석·보완한 뒤 온라인 언택트의 장점을 채용분야에 다양하게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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